실천의 문학/소설

매향 (1999)

실천문학 2013. 8. 5. 14:36

 

 

 

 

 

 

         

  

         

 

 

 


병든 도시의 감수성을 일깨우는 생명의 문학!
'토속적인 삶'에 뿌리내린 정제된 단편들로 주목을 끈 전성태의 첫 소설집이다. 김유정, 이문구의 맥을 잇는 신세대 작가로 주목받아 온 그는, 아름다운 자연과 팍팍한 농촌상황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여 풍성한 우리말에 담아냈다.


치밀한 구성과 독특한 소재,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문장력으로 일군의 평론가들로 꾸준한 주목을 받고 있는 전성태의 첫 소설집. 이 소설집에는 그의 등단작이자 <실천문학 신인상>(94년) 수상작인 「닭몰이」를 비롯하여 「길」, 「埋香」, 「금굴배미 형제」, 「사육제」 등 열두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이 중 「태풍이 오는 계절」은 동인문학상 후보로 지목되기도 했다.

전성태는 요즈음의 문단에서는 보기 드문 독특한 성격을 가진 작가다.
농촌을 소재로 작품을 쓰는 이가 지금 거의 없다시피 한 현재의 문학풍토에서 더구나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젊은 작가군에 속하는 그가, 그들 세대의 주조와는 어울리지 않게 농촌소설이 전면화되어 있다는 것.
최근 작가로서는 흔치 않게 방언, 풍자 등이 두드러진 문체를 구축해 왔다. 특히 그는 농촌적이고 토속적인 삶에 뿌리박은 표현을 많이 구사하고 있다. 이 점에서 그는 분명 『우리 동네』의 이문구, 더 거슬러 올라가 「봄봄」이나 「동백꽃」, 「금 따는 콩밭」의 김유정의 후예라 할 수 있다. 최근의 많은 소설들이 날로 '독백적'이 되어가면서 작가의 목소리가 서술을 넘어 묘사와 대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경우에 비하여 볼 때, 전성태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말과 행동에 관한 묘사는 그와 같은 경향과는 방법론적으로 구별된다.

그의 주된 관심사는 자기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어떻게 하면 그만의 생명력을 가질 수 있는가 함에 있다. 그의 소설에서 중시되는 것은 그 자신 또는 그 자신을 대변하는 주인공이 아니라 그와 함께 살아가는 인물들이다. 그는 이 인물들의 말을 찾아내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한편으로 그의 작품들은 매우 구성적(構成的)이다. 각 작품마다 갖고 있는 독특한 소설적 장치들과 결말에 이르기까지 꼭 짜인 구성 등은 문장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함께 그가 장인으로서의 작가를 지향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 구성력과 문장으로 말미암아 그의 작품은 독자들에게 그만큼의 긴장을 요구하는 측면이 강하다.
농촌소설에, 문장도를 추구하고, 시류와는 거리를 두는 것……. 이것은 그가 어느 시기에서부터인가 우리 문학에 깊이 뿌리를 내린 문학인, 작가의 전형(典型)을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작가는 가속화 된 근대화의 여러 가지 병폐가 드러나고 있는 세기말의 요즈음 감각적인 글쓰기를 거부하고, 끊임없이 전통적인 삶의 양식에 부딪히며, 해체되어 가는 우리 고유의 공동체적 삶의 정신을 일깨운다.

 

전성태
1969년 전남 고흥 출생으로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94년 농촌 젊은이의 한나절을 해학적 필체로 그린 단편 「닭몰이」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그는, 이후 탄탄한 구성력과 묘사력으로 「가문 정원」, 「埋香」, 『태풍이 오는 계절」 및 정제된 단편들을 발표해 왔다.

단편집 '매향' 펴낸 전성태

"제가 이런 소설을 고집하는 이유는 농촌 사투리와 그 정서들이 문학적으로 무척 아름답고 풍성하게 느껴졌고 저도 쓰면서 신명이 났기 때문입니다."

지난 94년 '닭몰이'로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아 등단한 이후 6년만에 첫 소설집 '매향(埋香)'(실천문학사)을 펴낸 전성태(30) 씨는 "앞으로도 이런 소설을 고집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은 도시적이고도 감각적인 소설이 판을 치는 90년대 문단의 이단적 존재다. 등단 이후 줄곧 농촌공동체를 소재로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은 작가로선 희귀하다할 만큼 남도 사투리와 풍자성이 두드러진 문체를 구사하고 있다.

"농경공동체의 토속적인 삶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원형을 보게 됩니다. 주위에선 '신세대답지 않다, 너무 구태의연하지 않으냐'고도 합니다. 독자와의 소통이 어렵다는 게 고민스럽긴 합니다만 시류에 휩쓸리진 않겠습니다." 그의 이번 소설집은 12편의 단편을 묶은 것으로 문장이 정교하고 구성이 탄탄하다. 하나같이 공을 들인 '목각공예' 같다. '닭몰이'는 폐병을 앓다 죽어버린 죽은 친구의 방에 닭을 한 마리 넣어주려는 이야기다. 결핵균을 다 받아낸 닭은 대밭에 묻힌다. 희생과 제의(祭儀), 삶의 비의를 생각케 한다. '금굴배미 형제'는 아버지가 죽기 전에 땅에 묻었다는 금돌을 둘러싼 이야기다. 금돌을 묻었다는 밭이 '땅투기'의 대상으로 비화된다.

정든 고향, 정든 사람들을 잃고 뿌리 없이 떠도는 탄광촌 사람들의 신산스런 삶을 그린 '매향'에선 향을 땅에 묻어 달라는 말이 나온다. 내세의 복을 비는 의식(儀式)이다. 이처럼 작가는 변두리 인생들의 애환을 드러내지만, 그들의 중심에 땅을 가져다놓는 독특한 서사구조를 보여준다. '길'은 폐허의 절터에 밭을 일구는 떠돌이 부부 이야기다. "써놓고 보니, 모두 땅 이야기군요. 유년시절, 가난한 농촌이었지만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던 '놀이'들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놀이'들이 땅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문단에선 그를 김유정, 이문구의 맥을 잇는 소설가라고 말한다. 토속적인 소재에다 해학이 넘치는 문체 때문이다. "앞으론 상상력이 넘치는 소설을 선보이게 될 것"이라는 그는 지난 4월 천안시 근교 외딴 마을로 내려가 장편소설을 쓰고 있다.

고향인 전남 고흥을 무대로 한 우화형식의 장편소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세기'가 그것으로 '보잘것없는 사람들'이 '영웅'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지난 50년의 한국역사를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___문화일보 (1999년 9월 30일 목요일)

 
토속의 삶 맥잇는 신세대 농촌소설

두엄내 피어오르는 마을에서의 질박한 웃음, 해체되는 농촌과 농부의 무력함, 뿌리 뽑힌 자들의 유랑과 아릿한 슬픔. 농촌은 우리 삶의 원형질로 김유정에서 방영웅, 이문구, 황석영에 이르기까지 우리문학의 큰줄기였다. 그럼에도 산업화의 과실과 상흔이 뒤엉키던 80년대 이후 우리문학에서 농촌은 가뭇없이 사라졌다.
그런 점에서 신세대 작가 전성태(30) 씨의 첫 소설집 [매향(埋香)]은 오히려 신선한 울림을 준다. 해묵어서 이제 눈길조차 주지 않는 농촌을 이야기하는 것도, 등단 6년 만에야 첫 소설집을 내는 느림도 도무지 갓 서른의 젊은이답지 않다. '지청구(핀잔, 꾸지람)' '구녕(구멍)' 등 구수한 사투리에 얽힌 토속적 삶을 모두 12편의 단편에 담았다.

'태풍이 오는 계절'은 태풍 피해보상금을 노리고 집을 부수지만 온다던 태풍이 꼬리를 내리는 바람에 웃음거리가 되고 마는 30대 농촌총각 '나'의 이야기. 후배를 등치고 어른을 골탕먹이는 영악하고 되바라진 '나'인가 하면 풋정에 배신당하고 우는 어리숙한 모습이다. 막 여물어가는 배를 베어문 것처럼 물많고 새콤달콤한 웃음을 머금게 하는 그는 바로 김유정의 '동백꽃'에 나오던 그 어리숙한 소년 '나'다.

모친 시집살이 굽이굽이를 구성진 판소리 가락에 실어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도롱굴댁의 내혼.' 이제는 웃을 수 있지만 그때는 '서럽고 원통해서 이가 갈리고 복장이 찢어지는 시절'이다. 그러나 그 시절도 먼 기억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져 그립기만 하다. '길'과 '매향'은 뿌리를 앓고 유랑하는 이들의 사연을 담았다. 세상에 시달려 만신창이가 된 채 산골 화전민으로 숨어드는 남녀의 이야기인 '길'. 이들은 비록 길도 없는 산중에서 불을 질러 일군 산비탈 한뙈기 땅일망정 행복에 부푼다. 하지만 힘든 노동 속에서 혈변을 쏟던 남편은 결국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숨진다. 이듬해 6월 만삭의 아내는 남편이 남긴 보리를 거두러 돌아온다. 소설 속 눈 덮인 산골을 병든 남편을 업고 가는 아내와 푸르름 속에 황금빛으로 불타는 6월의 산골 보리밭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정경이다.

'닭몰이' '금굴배미 형제'에는 땅을 지키려는 자들의 무력감이 자조적으로 흐른다. '닭몰이'는 폐병 든 친구의 자살 뒤치다꺼리를 하는 노총각 영농후계자를 통해 농촌 젊은이들의 볼품없는 현실을, '금굴배미형제'는 땅을 지키려는 형과 땅장사 동생의 대립을 통해 땅과 고향을 어떻게든 지켜보려는 이의 무력감을 그렸다. 전남 고흥이 고향인 작가는 '농촌에서 자란 감수성 때문만이 아니라 산업화에 흩어진 개인들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농촌을 그리고 싶다'고 밝혔다.
___경향신문 김광호 기자 (1999년 9월 28일 화요일)


눈으로 말고 입으로 읽어봐!

전성태(30) 소설은 처음엔 눈으로 따라가다 나중엔 입을 달싹거리며 읽게 된다. 사투리가 지닌 눅진하고 차진 맛이 청국장마냥 쿰쿰하게 혀를 감아들고, 그 속에 담긴 농촌 삶 하나하나가 콩처럼 물컹 씹히기 때문이다. "눈도 더운 것이 있고 찬 것이 있나 보요? 보듬아서 죄 녹여분 걸 본께. 하기사 사람 종자도 차고 더운 기 따로 있응께…."('매향') "이거 참말이시, 토깽이들이 한통속으로 구리무칠을 야무지게 했구마이."('가문 정월') "양수기 고놈이 소 물 퍼묵듯 차암 맛나게 뽈아댄다고!"('금굴배미 형제')

20대 한창때에 "죽자사자 만지작거린" 단편소설 12편을 묶어 내놓은 첫 창작집에서 소설가는 "청년들을 상주로 내몬 이 땅에… 내 소설이 늙을 대로 늙고 낡을 대로 낡아 맥을 못 추는" 자괴감을 깐깐한 목소리로 자근자근 짚어나간다. 고향인 전남 고흥 언저리에서 살아가는 소설 속 인물들은 스러지고 사위어가는 농촌 그 자체다. "농새짓겄다고 들어온 젊은 저것들이 그나마 네꼬따이 맨 도회지 것들 안 부럽게 살아줘야 우리 뇡촌도 앞날이 보일 거인디"('유자 향기')마는, 약먹고 죽은 친구 앞에서 "개자식! 지만 심들어. 살어 있는 것만도 얼마나 고마운디 지랄한다고 고걸 처묵어…"('닭몰이') 눈물 짜야 하는 현실은 "눈이 쓰리다."
1인칭 소설까지를 포함해 작가 자신 냄새가 짙은 독백체 구성이 성한 것은 그만큼 토해낼 말을 가슴 깊숙한 곳에 꽁꽁 비끄러매둔 탓일까. 침묻혀 꼭꼭 눌러쓴 시커먼 연필글씨처럼 촘촘한 문장 하나하나는 "오메! 영 오지게 한판 해볼 모양"으로 독자들에게 달려든다.
___한겨레 21 정재숙 기자 (1999년 10월 14일 목요일)


잔잔한 '농촌일기' 감칠맛'

젊은 작가 전성태 씨(30)가 창작집 '매향'을 선보였다. 전씨의 첫 소설집인데, 그 작품세계가 예사롭지 않다. 실험적이라거나 현대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요즘보기 드문 농촌소설 묶음이다. 김유정, 이문구의 맥을 잇는다.

전씨는 실생활도 농촌 친화적이다. 서울살이를 그만두고, 충남 천안시 근처에서 농가를 빌려 혼자 산다. 그래서일까, 작품 곳곳에서 살아 숨쉬는 순우리말, 해학적인 표현들이 입에 착착 감긴다. 주로 삶에 지치고 찌든 이들의 이야기지만, 작품 분위기는 음울하지 않다.
이 작가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단지 농촌소설을 쓴다는 희귀성 때문이 아니다. 탄탄한 구성, 정제된 문장, 이야기를 빚어내고 엮어가는 솜씨가 일품이다. 전통적인 소설문법에 충실하려는 것도 눈길을 끈다.
94년 '실천문학' 신인상 수상작인 '닭몰이'를 보자. 농촌후계자 진호가 주인공 폐병을 앓다 약 먹고 죽은 친구를 묻는 과정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그 중간중간 다방 아가씨를 둘러싼 질투와 경쟁, 바람 피운 동네어른 이야기가 맛깔스럽게 끼어 있다.
이밖에 탄광촌 여인숙 주인 노파를 내세워 밑바닥 인생들의 쓰디쓴 삶을 보듬는 표제작 '매향', 전과자와 공사장 식당 여주인의 희망찾기를 그린 '길' 같은 작품들도 작가의 역량을 짐작케 한다.

농촌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이 너무 깔끔한 게 티라면 티. '농촌소설=막걸리맛' 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독자들은 소설을 읽고 난 후 와인이나 맥주를 마신 듯한 기분이 든다. 지나치게 오래 만지작거린 탓일 것이다.
___스포츠조선 임정식 기자 (1999년 10월 11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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