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디지털 문학대상 일반소설 부문 수상작
도둑고양이의 눈에 비친 사랑과 진실의 무늬!
'도둑고양이잡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주인공과 주먹패 출신의 외팔이 지씨, 그리고 세상의 어둠을 향해 저항하는 시인 등, 얼룩진 삶의 밑바닥 인생을 통해 인간의 참된 사랑과 소중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이 작품은 저항적 주제와 탄탄한 구성으로 디지털 문학의 새 장을 연 화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편소설 『도둑고양이』는 '탕제원'이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도둑고양이잡이'라는 특수한 직업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는 '약간 모자라는 청년'의 눈에 비친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
고양이를 잡기 위해 밤거리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그의 눈은 우리가 쉽게 흘려버렸던 우리의 거짓된 모습을 하나하나 발견해 나간다. 그 속에서 작가는 도둑고양이의 행태와 인간의 행태가 절묘하게 교차됨으로써, 인간의 참된 사랑과 소중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디지털 문학의 이름 아래에서, 산업화 정보화가 가져다준 삶의 깊이와 진실의 무늬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성과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강기희
1964년 강원 정선 출생으로 강원대학교를 졸업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이다.
"사람 잡아먹는 도시가 싫어!? 이젠 고향 가서 살 거야"
'고양이 사냥'이라는 말을 들어 보셨는지 궁금하다. 만약 독자들께서 강기희(37)의 장편 『도둑고양이』(실천문학사)를 읽는다면 탕제원에서 보약 재료로 쓰이는 고양이를 공급하기 위해 도시 뒷골목의 고양이를 어떻게 포획하는지 그 진기한 장면을 구경하게 될 것이다. 올무와 덫과 투망을 가지고 여관이나 병원이 밀집한 골목에서 새벽이 올 때까지 숨죽이며 담 위의 고양이를 기다리는 주인공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그 값을 충분히 치르고 있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남한산성 부근에는 성남과 분당, 판자집과 빌라, 도둑놈과 사냥꾼, 시인과 창녀 그리고 할머니와 주인공인 '내'(허풍천)가 함께 있다. 서울 외곽 지역의 한 산기슭에 있는 깡통 판자집에서, 아버지는 일찍 죽고, 어머니는 집 나가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게 된 나는, 세상물정 모르는 바보 취급을 당하면서 스무 살을 넘기는 나이가 된다. 나는 눈물이 흔하다. 조금만 감정의 기복이 생겨도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고 숨죽이며 쭐쭐 울고 만다. 아버지는 탈춤을 추는 광대의 끼를 버리지 못하고, 그곳에서 마지막 꿈을 불태우다 저 세상으로 갔다.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김 선생을 따라서 '고양이 사냥꾼'으로 성장하는 나는 정신적으로는 아직 아이다. 흡사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닮았다. 어른들 눈에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것들도, '나'의 눈에는 새로운 각도로 제 모습을 들키고 만다. 이러한 나의 진정성은 '시인 형'만 알아볼 수 있다.
주먹패 출신이자 지금은 미장일로 살아가고 있는 외팔이 지씨 아저씨가 마지막까지 철거를 막아 주려고 애쓴다. 나는 그 사이 보약을 파는 탕제원의 최 사장에게 공급할 고양이를 잡기 위해 밤을 꼬박 새며 도시의 골목과 시궁창을 지킨다. 그곳에는 요염한 대도시가 난숙한 화장을 베풀기 위해 가려놓은 온갖 추잡한 잡태가 숨쉬고 있다. 김선생도 지씨 아저씨도 불뚝이 아저씨도 저항한다. 그러나 세상의 권력을 움켜쥔 제도는 그들을 간단하게 제압한다.
독립적인 저항의 힘마저 갖지 못한 나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며 세상에 다시 버려진다.
이제 '병산'으로 갈 것이다. 그곳은 애비의 고향이다. 할미도 철거민의 마을이었던 이 동네가 싫다. '사람 잡아먹는 도시'가 싫다(340쪽). 민정이 누나는 시인 형을 떠나 오락실 사장 품에 안겼고, 간호사 민희도 '나'를 버리고, 병원 원장 품에 안겼다. 우리가 태어난 도시는 우리를 받아 주지 않는다. 도시의 속성이 그렇다.
이 소설을 독자들께 문제적 작품으로 선뵈는 이유는 통합적 스피드를 지녔기 때문이다. 디지털 문학대상 수상작이면서 건강한 리얼리즘이 함께 숨쉰다. 350쪽에 이르는 이 소설은 모든 지문이 한 줄 이내의 길이로 잘려 있는 지독한 단문장이다. 영화적이며 소설적이고, 저항적 주제와 신세대 감각을 함께 융합하고 있다.
소설의 장래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왜 이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을까. 이 소설은 그 답변의 영역 안에 하나의 생존 방식을 제안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___조선일보 책마을 김광일 기자 (2001년 2월 17일 토요일)
"누가 뭐래도 쓰고 싶은 걸 쓰겠다"
소설가 강기희 씨(37)는 이사와서 산 지 7년밖에 안 되지만, 경기 성남이 말하자면 문학적 고향이다. 그는 성남엔 변두리 인생도 많지만 고양이도 많고 개도 많다고 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모란장에 가보면 고양이는 몰라도, 개는 많다.
"재작년에 공공근로를 나갔어요. 야간방범 도는 일이었지요. 밤에 이슬 맞고 다니면서 도둑은 못만나고 도둑고양이만 실컷 만났어요"
그는 성남시 수정구 단대동 39의 4번지, 반지하방에서 산다. 야간방범을 마치고 돌아와 잠을 청하노라면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며 그의 머리 위, 반지하방 창문을 가로질러 갔다. 그러면 그는 잠을 털고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다. 제1회 디지털문학상을 탄 그의 세번째 장편소설 『도둑고양이』(실천문학사)는 그렇게 써졌다.
성남 변두리 샤갈의 마을. 마지막 남은 판잣집에 사는 정신장애 청년, 허풍천. 앓아누운 할머니 뒷바라지를 위해 풍천은 '고양이잡이'에 나선다. 그러나 동네 어린이 놀이터를 만든다며 그의 판잣집엔 철거명령이 떨어진다. '개잡이' '고양이잡이' 아저씨들이 구청과 동네 주민들을 상대로 '결사항전'을 해보지만 끝내 판잣집은 철거되고 그는 할머니와 함께 성남을 떠난다.
이야기 줄거리야 간단하다. 그러나 언뜻 조세희 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연상케 하는, 힘있고 속도감 있는 짧은 문장엔 떠돌이 인생의 애환이 진하게 배어있다. 그는 그것을 두고 '점층적 서술법'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에 성남에 가봤지요. 그땐 사람 살 곳이 못된다 싶더라고요. 94년 아내의 직장따라 할 수 없이 성남으로 들어왔지요"
그의 말에 따르면 성남은 이야기도 많고 사연도 많은 '소설 같은 동네'다. 그가 '천당'이라 부르는 부자동네 분당이 바로 옆. 그러나 성남은 태생이 철거민촌인 탓인지 막장인생들이 많이 산다는 것이다.
"소설가로서는 한번 살아볼 만한 곳이지요. 윤흥길씨도 이곳에서 '아홉켤레의 구두'를 남겼잖아요"
그는 자신을 "문학적으로는 성남 사람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즉 문학의 변두리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등학교는 강원 정선에서 종합고등학교 토목과를 나왔고, 강원대에선 무역학을 전공했다. 대학선배인 소설가 이순원 씨는 그나마 문학서클 활동이라도 했겠지만, 그는 그런 근처에도 못 가봤으니 자신의 문학은 스승이 없다는 거다.
"그래도 꼭 꼽아보라면, 글쎄, 만화? 이상하게 아버지께선 안데르센 동화책조차도 안 사주셨어요. 그래서 들입다 만화만 봤죠. 정선 바닥에 나온 만화는 거의 다 봤을 거예요. 어림잡아 한 1만권쯤은 될까. 그 만화들이 내 상상력을 키워준 셈이죠"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출판일을 했다. 새 책을 기획해서 출판사에 팔기도 했고, 자신이 직접 책을 쓰기도 했다. 주로 실용서적을 10여권쯤 낸 뒤, 95년부터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주로 장편소설을 썼어요. 그런데 등단을 하지 않으면 인정해 주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일단 등단부터 해야겠다, 생각한 거지요"
그는 부랴부랴 단편을 써 잡지에 발표, 비로소 '문인명함'을 찍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고향 정선을 배경으로 '동강에는 쉬리가 있다'와 같은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소설은 알아주지 않고, '동강 구경가려는데 안내 좀 해달라'는 부탁만 지겹도록 받았다.
그가 이번에 낸 장편소설 『도둑고양이』는 원래 시로 쓰여졌다. 그러나 시로 써놓고 보니 자꾸 아쉬움이 들었고 결국 단편소설이 됐다가 장편소설로 바뀌었다. 지금 그는 개 이야기를 쓰고 있다. 미리 붙여놓은 소설 제목은 '모란엔 개가 많다'. 문만 열고 나가면 만날 수 있는 '험한 인생'을 그릴 작정이다. '개 같은 세상, 개 같은 인생' 이야기다.
"어렸을 땐 전깃불 안 들어오는 곳에서 살았어요. 그런 이야기를 하면 서울에서 자란 또래들도 잘 이해를 못해요. 50대 초반 정도 된 분들이 그나마 아는 체 하지요. 아마 제 소설이 요즘 젊은 작가들과 다른 것은 그 때문인지 모릅니다. 체험이 다른 거지요"
그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건 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책이 안 팔린다고 해도 지금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은 없지 않느냐고도 했다. 디지털문학상을 수상해 받은 상금으로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올 계획이라고 했다.___경향신문 윤성노 기자 (2001년 2월 2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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