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반역세력척결단의 음모, 대통령을 암살하라!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주요 일간지와 잡지에 경영 관련 칼럼을 게재한 바 있는 강지호 씨의 가상 정치소설 [대한민국 만세]. 민감하고 특이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뛰어난 소설적 상상력과 탄력 있는 문체로 흡인력 있게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패기만만한 이 신인 작가의 야심찬 기획에 주목해보자.

한국 사회의 이념적 갈등과 대립을 형상화한 소설
이 나라는 참 재미있는 나라야. 이제는 지구상에서 사라진 이념적 대립이 이 나라만큼 지속적으로 끈질기게 유지되는 나라가 또 있을까? 겉모습은 현대사회이지만, 1930년대부터 시작된 이념적인 대립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군. (…) 다른 나라에서는 이마 무덤 속에 들어가버린 이념이란 무서운 바이러스에 이 나라는 지난 50여 년 동안 상처받고 비틀거리고 있다. 왜 그럴까? (본문 중에서)
1930년대 말부터 시작된 좌파와 우파의 이념적 갈등은 2004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국토의 분단, 동족상쟁의 비극으로까지 치달았던 이념적 대립의 먹구름이 지금도 여전히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2004년 12월 현재, 지금 이 순간에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세력은 국회의사당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상당한 수의 지지자를 거느리고 있는 양 진영 모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 한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고 소리 높여 외치고 있다. [대한민국 만세]는 바로 이 시점에서, 한국 사회의 이념적 대립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경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줄거리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 판결이 난 후, 한 예비역 장성이 광화문 이순신 동상 앞에서 '친북세력을 척결하라!' '빨갱이 대통령을 처단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분신자살을 한다. 그리고 그 배후에 '친북반역세력척결단'이 등장한다. 한편, 대통령 탄핵안이 기각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허도민(1979년 쿠데타 주도 인물)과 보수 언론인 안재갑은 특수부대 출신인 전태국과 공모하여 대통령 암살 계획인 '녹화사업'을 은밀히 추진한다. 이들의 계획에 미국 CIA 서울지부장 캐빈과 CIA 특수공작원 제이콥은 신분을 숨긴 채 암살범의 훈련을 지원한다. 대통령의 개혁에 불만을 가진 세력들은 마침내 완벽한 계획을 세워 대통령을 저격하기에 이르고, 성공을 확신한 극우보수세력은 방송국을 점령하여 북한의 특수부대가 대통령을 저격했다는 뉴스를 발표하는데……
뛰어난 사실성, 생동감 넘치는 현장감
작가는 사실(Fact)과 상상력(Fiction)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이념적 갈등이란 무거운 주제를 다룬 작품에 현실성을 부여한다. 철저한 자료 수집을 바탕으로 국내외에서 벌어진 각종 암살 사건을 조사하고, 미·중국 간의 갈등에 따른 주한·주일 미군의 변화하는 역할을 분석하는 등 사실에 입각한 현실감을 보여주고 있다. 독자들은 백범 김구 암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암살 등의 구체적 예를 보면서 실제로 이와 비슷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전율을 느낄 것이다. 저격 장면이나 적을 사살하는 장면에서는 소름끼치는 현장감을 맛볼 수 있다.
스피드한 전개, 놀라운 흡인력
이 작품은 서술을 배제한 간결한 문체에 힘입어 단숨에 읽히는 빠른 전개가 돋보인다. 퇴역 장군의 분신자살로 시작되는 프롤로그부터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순식간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여, 쿠데타 세력이 세운 치밀한 계획으로 마침내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일단 책을 잡으면 중간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놀라운 흡인력을 보여준다. 어느 대목을 읽든 소설 전반에 걸쳐서도 그러하거니와, 특히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제3부(저격)에 이르면 잠시도 숨돌릴 겨를이 없다.
국경을 넘나드는 소설적 상상력
다루기 힘든 소재를 거침없이 능숙하게 처리하는 작가의 과감한 소설적 상상력은 소설의 무대를 일본과 인도네시아 정글로까지 확장하고 있다. 이로써 소설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키고, 독자들로 하여금 간접 체험과 색다른 묘미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의 초고를 받은 일본 출판사에서 일본어판 출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정치사회적 사건을 다루는 작가가 드문 우리 문학계의 현실에서 작가의 다음 작품과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강지호 작가 강지호는 연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을 졸업하였으며,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일간지와 잡지에 경영 관련 칼럼을 게재하였다. 현재 두번째 작품을 구상 중에 있으며, 두번째 작품 역시 소설적 상상력의 날개를 최대한으로 펼쳐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정치사회적 사건을 다룰 계획이다. 문학의 이야기 영역을 확장시키기 위한 모임인 스토리네트워크(http://cafe.daum.net/storynetwork)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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