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의 문학/소설

유랑가족 (2005)

실천문학 2013. 8. 6. 10:29

 

 

 

 

 

 

        

 

 

 

 

 

 

 

 


가난한 사람들의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파하면서도 그 안에 살아 숨쉬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보여줘온 공선옥 작가. 세상을 떠도는 유랑민들의 풍경을 차분한 시선으로 응시하면서 밑바닥 인생들의 타오르는 생명력을 길어올린다.

『한겨레』 선정 ‘2005 올해의 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2005 올해의 책’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부산시 교육청 청소년 권장도서


“우리 작단에 아직도 밑바닥 중생들 삶에 애정을 보여주는 작가는 더러 있지만 공선옥만큼 그들 삶을 핍진하게 그려내는 작가도 없다. 공선옥 마음이 진활(眞活)한 까닭이다. 오늘도 '산업화'라는 제물한테 집과 식구들을 빼앗긴 '유랑가족'들은 정거장으로 간다. 어디로 갈까. 우두망찰하는 사이 기차는 달려오고 달려가는데, 아이들은 숨넘어가는 소리로 울어쌓는다. 세 아이를 등에 매어단 우리 작가 공선옥은 어디로 갈 것인가? ”__소설가 김성동


『유랑가족』의 ‘유랑’이 의미하는 바는, 이즈음 식자(識者)들의 세계를 풍미하는 국경과 시공으로부터의 지적(知的) 일탈과는 거리가 멀다. 이 소설에서 뜻하는 ‘유랑’이란 가진 것 없이 태어나 현실세계의 권력 궤도 속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튕겨져 나온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선택하는 삶의 방식이자, 가난의 형상이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도는 삶의 행태가 유랑일진데 그 뒤에 따라붙은 ‘가족’이란 또 어떤 의미인가. ‘가족’은 산업화의 제물로 집과 처자식을 빼앗기고 파편화된 한국 사회의 현재적 가족을 의미하기도 하고, 무한질주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이 파괴한 인간망의 정반대축에서 유랑민들이 새로이 구축하는 인간관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유랑민들이 만들어낸 가족, 그리고 그 풍경

『유랑가족』은 계간 『실천문학』에 2002년 봄부터 2003년 봄까지 5회에 걸쳐 연재되었던 작품이며, 개고 기간에 2년여를 공들인 작품이다.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 등 모두 다섯 편의 연작으로 구성된 『유랑가족』에는 하나의 플롯이 없다. 각각 한 장의 사진처럼 하나의 풍경을 보여줄 뿐이다. 그런데 이 다섯 꼭지가 차례차례 모이면 한 컷의 사진 바깥에 숨어 있던 풍경이 새로이 드러나면서 또 다른 세계를 이룬다.

이를 일컬어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발문」에서 『유랑가족』에서 가장 돋보이는 ‘모자이크식 구성’의 탁월한 ‘미적 성취’라 평했다. 따로 놓여 있을 때는 아무런 내적 관련성이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이 전체를 이룰 때는 서로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 되어 긴밀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잡지사의 청탁으로 시골 풍경을 취재하러 간 사진작가 ‘한’의 눈에 신리 사람들의 풍경이 포착되며 「겨울의 정취」는 시작된다. 가난을 벗어나려고 서울로 간 서용화와 아내 서용화를 찾으러 서울로 간 김달곤과 그의 가족들이 「겨울의 정취」에서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면, 「가리봉 연가」에서는 서용화를 꾀어내 서울로 온 조선족 명화와 김달곤을 따라서 아내 명화를 찾아나선 기석을 중심으로 또 다른 풍경이 이어진다.

이런 식으로 「그들의 웃음소리」에는 연순, 천보, 윤미, 양구댁, 숙자, 명호, 명호 아버지 양대석, 인숙, ‘한’의 아내 영숙 등이 등장하고, 「남쪽 바다, 푸른 나라」에는 영주와 영주 고모네 식구들이, 「먼 바다」에는 수몰지구에 사는 영녀, 종만이, 덕필이, 필리핀 색시 반지, 반지 남편 칠환이 등이 등장한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도시에서 시골로, 다시 시골에서 도시를 떠도는 유랑민들이다. 한 식구의 관계를 잃어버리고 삶의 근거지로부터 뿌리 뽑혀져 각지에 흩어져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은 소설 전체의 각 기관을 이루며, 『유랑가족』이라는 하나의 형상으로 숨쉬고 있다.

흩어져 있는 파편들을 이어 하나의 모자이크를 만들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접착제다. 소설 『유랑가족』에서 이 접착제 역할을 하는 사람이 사진작가 ‘한’인데, 한의 눈을 통해 서울과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 각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적인 관련성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한’은 풍경처럼 존재하는 각각의 실체들에 말을 거는 관찰자이며, 폭력, 죽음과 이탈, 떠돌고 일그러지는 삶의 배경에 ‘우연’을 가장한 ‘가난’의 횡포가, 더 정확히 짚자면 ‘가난을 죄로 만드는 세상의 횡포’가 있음을 발견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폭력으로 말하자면 도처에 눈에 보이지 않게 스며 있는바, ‘한’이 이 풍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일련의 풍경들에 ‘인간의 눈’으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이란 존재에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

일반적으로 소설에는 소설 속 상황이 있고, 그 처지를 이겨내는 주인공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유랑가족』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그럴 만한 지식이나 돈, 능력조차도 없는 사람들이다. 소설, 달리 말해 책, 더 넓게 말해 ‘지식’과 가장 동 떨어진 사람들이고, 곧 이 땅에 살고 있는 대개의 사람들이다. 『유랑가족』에는 작가가 만들어 장치할 수 있는 과장된 희망이 없고, 대신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있는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다른 사람들을 속일 힘이 없는 자들은 자들을 속임당하고, 마음이 선한 사람들은 세상의 질곡을 그대로 무늬처럼 삶에 새겨 불행해진다. 그런데, 그렇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 스스로 죽고 죽임당하고 세상을 유랑하는 동안, 세상 한구석에서 ‘사람을 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연순의 아이를 버리지 못하고 거두는 인숙이나(「그들의 웃음소리」), 혈혈단신 고아가 된 영주를 거두는 영주 고모네 가족들(「남쪽 바다, 푸른 나라」)이 그들이다. 그렇게 이 소설은 ‘사 람은 어떤 존재인가’,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선옥 소설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핍진한 현실은 아프고도 슬프다. 이 슬픔이 잊고 싶고 묻어버리고 싶은 괴로움이 아니라 아픈 상처에서 돋아나는 새살처럼 환한 까닭은 무엇인가. 단 한 줄의 거창한 문장조차 보이지 않은 소설을 자꾸 곱씹으며, 한 번 더 세상을 향해 따스한 시선을 품어보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 땅의 유랑민들을 너무나 사랑한 작가 스스로 가난한 유랑작가의 길을 택해서인가.(「작가의 말」) 이는 하나의 관념덩어리처럼 되어버린 오늘의 소설들이 쉽게 내던져버린 현실의 조각들을 공선옥이 하나하나 주워모은 까닭이 아닐까.

공선옥은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1991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중편 「씨앗불」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멋진 한세상』, 장편소설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 살』, 『시절들』, 『수수밭으로 오세요』, 『붉은 포대기』, 산문집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마흔에 길을 나서다』 등이 있다. 1995년 제13회 신동엽창작기금, 2004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았다.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바다, 푸른나라
먼 바다


 

 가난을 부러워하는 쓰디 쓴 자유 ―― 김광일 기자, 조선일보(2005. 04. 08.)
 "거덜 난 인생 이번엔 밝게 묘사" ―― 조장래 기자, 경향신문(2005. 04. 10.)
 소설, 판소리가 되다 ―― 김태훈 기자, 조선일보(2006. 03. 20.)

가난을 부러워하는 쓰디쓴 자유



가난은 복음 정신을 전제로 한다. 가난은 신적 권능을 갖고 있다. 이를 믿었던 프랑스 작가 조르주 베르나노스는 “어린 시절, 나는 늙은 걸인들에게 모자를 벗어 손에 들고 말해야 했다”고 쓰고 있다.

허위에 대한 환멸이기도 하고, 모진 목숨의 현장 기록이기도 한 글들을 읽을 때 독자들은 대체로 애가 바짝 마른다. 등단 15년째를 맞은 공선옥(42)의 여덟 번째 소설책인 ‘유랑가족’은 잔기침마저 멈추게 하는 이상한 힘을 가졌다. ‘유람’에 나선 게 아니라, 뿌리를 잃고 ‘유랑’하는 가족들이란 거덜난 우리의 현실 모습이면서 그것을 인정하는 데 안간힘을 써야할 만큼 피눈물을 동반한다.

이 책에는 모두 다섯 편의 연작 작품들이 실렸다.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 등은 이어질 듯 끊어질 듯 한 개의 기다란 플롯과 등장인물들로 짜여 있다.

독자들은 이 소설에서 가난을 벗어나려고 서울로 간 서용자, 그녀를 찾으러 서울로 간 남자 김달곤, 서용자를 꾀어 서울로 온 조선족 명화, 김달곤을 따라 아내 명화를 찾아나선 기석을 만난다. 서용자·김달곤 부부, 명화·기석 부부의 이야기다. 여관비만 축내고 있는 김달곤은 고향에 오도가도 못하는 노가다고, 봉제공장 출신인 서용자는 이제 집 나온 지 3년째인데 읍내 갈빗집을 거쳐 노래방 아르바이트로 전전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하는 연순, 천보, 윤미, 양구댁, 숙자, 명호, 대석, 종만이, 덕필이, 필리핀 색시 같은 인물들의 현주소도 모두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들의 현실을 도외시한 채 농촌의 ‘겨울 정취’를 취재하러 간 프리랜서 사진기자는 상투적인 아름다움을 강요받고 있는 그곳 사람들의 처지를 생각하면서 애꿎은 술만 들이켠다. 지구촌 한쪽에서는 유복한 사람들의 유랑이 ‘네오 노마드(신유목민)의 뉴 잡(새 일거리)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추앙받고 있다면, 공선옥의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사지(四肢)를 잘린 채 유랑을 강요받는 사람들이다.

공선옥은 소설과 산문을 구별하기 힘든 작가다. 그녀의 세 번째 산문집인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는 여기저기 조금만 손질하면 금세 소설이 될 것 같다. 아니 거꾸로다. 앞에 소개한 소설이 실명(實名)만 얻으면 곧 그녀의 삶이요 산문이 될 것이다. 우리 앞에 버티고 섰는 삶이 얼마나 호랑이 아가리 같았으면 공선옥은 삶이 거짓말 같았다고 썼을까. ‘다 거짓말이었겠지. 그건 사실이 아닐 거야. 제가 당하고도, 제가 온몸으로 생생히 겪어내고도 도리질을 친다. 아닐 것이여. 내가 잘못 본 것이여.’

그렇게 쓰인 쉰네 편의 짧은 글들이 표창보다 더 날카롭게, 솜방망이보다 더 뭉근하게, 소태보다 더 쓰디쓰게 독자의 정신과 몸을 파고든다. 아, 아프다. 정신의 논리가 아닌 몸의 경험이기 때문에 공선옥의 소금 글들은 더욱 강렬하게 독자의 덧난 상처를 건드린다.

문학평론가 곽광수는 책 ‘가난과 사랑의 상실을 찾아서’에서 가난의 상실이 곧 사랑의 상실이 되고마는 우리 모습을 뼈아프게 고발하고 있다. 가난을 부러워할 줄 모르는 불행한 부자들에게 공선옥은 ‘아름다운 노래 따위를 나는 부를 수 없다’며 당찬 두 발을 딛고 서 있다. 이 찢긴 대지 위에 가난한 자의 자유를 선사하고 있다.

--조선일보 김광일 기자. 2005. 4. 9.



가난은 삶의 뿌리를 자르는 천형


이 땅의 떠도는 가족을 냉철히 응시
"가난은 진부한 관념 아닌 실재"

공선옥 씨가 새 연작소설 ‘유랑가족’을 냈다. 그는 6편의 소설로 이 시대의 ‘가난’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야기하고 있다’니…. 그 표현은 아무래도 부적절하다. 왜곡이라고 해도 좋을 엉터리 같은 표현이다.

‘…새기고 있다’고 고쳐 써본다. 그가 전하는 가난의 질감이 약간은 살아나는 것 같다. 조각 칼을 쥔 손마디의 굳은 살과 팔뚝의 힘줄, 이마며 얼굴에 맺힌 땀냄새가 언뜻 비치는 듯도 하다.

하지만, 이 표현 역시 어설프고 작위적이기까지 하다. 소설 속 삶이 마주한 그 벼랑들에 비해 삼각 칼이 스친 단면의 느낌은 너무 가볍다. 그 한숨과 비애, “눈물마저 보타부런”(214쪽) 마른 울음들을 담기에는 턱없이 얕다.

‘…응시한다’고 하면 어떨까. 딴은, 이 소설 속 가난들은 호들갑스러운 형용사나 부사의 거듦 없이 물기 없는 정황으로 전달되고는 있다.

해서, 가난의 슬픔 역시 눈물콧물 쥐어짜는 통곡의 비통함이 아니라 “깊이를 알 수 없는 평온한 슬픔”(187쪽)이다. 흔히들 ‘뜨거운 가슴’과 구색을 맞춰 등장하는 ‘차가운 이성’이라는 말에서의 그 차가움이 아니라,

어쩔 도리 없어 못 보고 못 들은 척 낯빛 꾸미면서도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그런 차가운 응시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제 속에 도사린 비정(非情)”한 응시이고, 그 비정에 스스로 “진저리 치는” (171쪽)응시다.

하지만 ‘…응시한다’고 했을 때의 그 응시는 이 소설의 문체와 문장 형식은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내용과 깊이, 디테일을 담아내지는 못한다. 냉정히 따지자면, ‘비정한 응시’ 역시 가난에 대한 작가의 응시가 아니라, 독자의 응시, 우리의 응시이기 쉽다.

해서 이 책을 한 문장으로 소개하라면, ‘작가는 자신이 응시한 이 시대의 가난을 절제된 문장으로 새기듯 이야기한다’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겠다.

이제, 도대체 어떤 가난이냐는 궁금증에 답할 차례다. 그 가난은 후기산업사회의 피폐한 농촌과, 농촌사회의 해체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도시빈민의 삶, 거기에 얽혀 든 동포와 외국인들의 이식(移植)된 가난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가난에 쫓겨 절망하지만 살아야겠기에 끊임없이 유랑하는, 해서 유랑이 삶의 형식이 되어버린 뿌리 잘린 존재들이다. ‘무서운 형벌’같은 삶이고 가난이다.

그 가난은 관념이 아닌 실재다. 그것은 가계소득 얼마로 범주화 할 수 없고, 정치경제학적 계급ㆍ계층론이 범접하지 못하는, 이를테면 사연이다. 감기 같은 제 가난을 두고 백혈병에나 걸린 듯 흥감을 떨어대는 내성(耐性) 결핍의 영혼들이 습관처럼 달고 사는 상투적이고 진부한 관념으로서의 가난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니, 이 소설 속 가난의 내용을 3분 다이제스트로 옮기려는 시도 역시 허튼 짓이기 쉽다. 그것은 서산 마애삼존불을 두고 백제인들이 만든 돌부처라고 말해버리는 것과 같다.

이 소설을 조금 먼저 읽은 자의 거친 느낌이라도 대보라면, 그간 주절대온 상투적 가난이, 호들갑이 한없이 부끄럽더라고 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소설 속 가난의 사연들은 가난의 범주화나 계층론적 접근의 공허함에 대한 가난한 자들의 ‘보타버린’ 눈물이더라고, 얼버무릴 수밖에 없겠다.

평론가 방민호씨가 해설에다 써놓은 “먼 훗날 누가 21세기 벽두에 한국인들은 어떤 삶을 살았던가 하고 물을 것이라면 우리는 이 물음에 대비한 타임캡슐 안에 이 소설을 넣어두어도 될 것”이라는 감상은 “~넣어두어야 한다”로 고쳐져야 한다.

--한국일보 최윤필 기자. 2005. 4. 9.


개울물에 떠내려가는 잎사귀 같은 삶


작가 공선옥(42) 씨는 태어나서 중학생이 될 때까지 전남 곡성에서 살았다. 그 뒤로는 광주에서 서울, 다시 광주로 갔다가 곡성 여수를 거쳐 지금은 춘천에서 살고 있다. 25일에는 또 전주로 이사를 가려고 한다.


스스로 ‘유랑 작가’라고 생각하는 그가 새로 펴낸 연작 장편 ‘유랑 가족’은 흐르는 개울물 위를 떠내려가는 잎사귀 같은 인생들을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 엮어낸 작품이다. 공 씨는 “내 삶에 밴 이야기들이었던 것 같다. 글감을 찾아 나섰다기보다 어느 결엔가 이야깃거리들이 나한테 들어왔다”고 말했다.


‘유랑 가족’의 첫 이야기는 ‘겨울의 정취’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사보에 실을 겨울 풍경을 찍으려고 시골마을 신리를 찾아간 사진작가 ‘한’의 눈동자에 비친 부초들의 이야기다
신리 사람 김달곤의 부인 서용자는 읍내 식당에서 일하다가 서울생활을 꿈꾸는 조선족 명화를 따라 야밤에 달아나고 만다. 서용자가 서울 신림동에서 노래방 아줌마로 일하고 있는 걸 봤다고 제수씨가 귀띔해주자 김달곤은 서울서 일용직 노무자로 일하면서 노래방 뒤지는 일로 밤을 새운다. 언제 남편이 덮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는 서용자는 카센터에서 일하는 훈이 씨의 아기를 임신한 채 새 인생을 꿈꾸지만 훈이 씨의 생각은 딴 데 가 있다. 눈 오는 크리스마스의 밤 김달곤은 다시금 노래방을 뒤지는데 비슷한 시각에 서용자는 자기가 버림 받았다는 걸 알게 된다.


뿌리 내리지 못한 인생들의 서글픈 삶을 다루고 있는데도 김달곤과 서용자를 둘러싼 여러 가족, 갖가지 얼굴과 사연, 생기(生氣)와 애정들을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이야기는 묘한 활기를 띤다.


김달곤은 자기가 위로받아도 시원치 않은 판에 난데없이 나타난 고향 후배 영갑을 달래야 한다. 영갑도 “달아난 마누라를 찾기만 하면” 하면서 이를 갈고 있다. 김달곤은 짐짓 의연하게 말한다. “갈 사람 이제 그만 놓아줘라. 순리에 따라야지.”


그 뒤에 이어지는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에서도 사진작가 ‘한’의 여로 주변에 섞여든 사람들의 세상살이가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수몰지구에 사는 필리핀 색시, 어른들 눈길을 끌기 위해 괜히 위악적으로 튀는 샘밭골 꼬마들, 고물 트럭 한 대를 몰면서 빈집털이에 나선 만수와 양대석 같은 이들이 그렇다.


이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풀어내는 역할을 하는 사진작가 ‘한’ 역시 사보 편집자의 눈 밖에 나면 일자리를 잃어버리는 위태위태한 삶 속에 있다. 그러고 보면 작가 공 씨의 말처럼 “도시든 시골이든 세상사는 사람들 거의 모두 유랑하고 있지 않느냐”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그 유랑 속에서도 따스한 위안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혈혈단신 고아가 된 아이를 거두어들이는 인숙이나 영주 고모네 가족들이 그렇다. 이 소설 역시 그렇지 않은가.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서럽고 떠도는 이들의 희로애락을 하나하나 채집해 이렇게 아름다운 모자이크화(畵)로 만들어냈으니.


--동아일보.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2005. 4. 9.



현대인들 정신적 가난은 어찌할 것인가


작가 공선옥(42)이 연작소설집 ‘유랑가족’(실천문학사)과 산문집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당대)를 나란히 펴냈다. 공선옥은 우리 사회의 주변부를 그 현장에서 걸진 입담으로 담아내는 작가요, 동물적 모성의 따뜻한 생명력을 지닌 작가로 호가 나있다. 이번 연작소설집과 산문집에는 그러한 시선과 작법이 이제 익을 만큼 익어서 잘 빚어진 술처럼 발효돼 있다. ‘유랑가족’이라 함은 단순히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가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가족이 해체되지 않고 단출하나마 함께 떠돌아다닌다면 좋게 말해서 ‘집시’ 정도의 이미지로 다가올지 모르나, 이 소설 속 군상은 죽거나 도망가거나 버리거나 떠나거나 모두 뿔뿔이 흩어진 인생들이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모두 5편의 소설들을 관통하는 중심 화자는 소외된 지역을 찾아다니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 ‘한’이다. 한은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사는 가리봉동도 가고, 의지가지 없는 어린 소녀가 있는 산골도 방문한다. 마누라는 도망가고 남정네는 음독하고 새끼들은 저마다 살기 위해 꺽꺽대는 농촌도 찾아간다. 그곳에서 접한 인간들이 저마다 구체적인 사연을 지니고 소설과 소설 속을 넘나든다.

“가난 때문에 가정이 파괴되는 모습을 무수히 보아온 한이었다. 가난은 사람을 황폐하게 만들기도 하고 난폭하게 만들기도 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했다. 가난은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의 삶을 무너뜨렸다. 가난한 사람들이 그들의 가정을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무기는 사랑뿐이었다.”

조선족 여자의 죽음을 다룬 ‘가리봉 연가’의 이 한 대목처럼 말이 좋아서 사랑이지, 눈만 뜨면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수많은 사랑 타령이 보이지만 진짜 사랑이란 찾아보기 쉽지 않은 현실의 아픔을 우리는 이들을 통해 아프게 직시해야만 한다.

‘남쪽 바다, 푸른 나라’는 이 연작소설집에 수록된 작품 중에서도 가장 가슴 저리다. 한이 취재를 다니다가 접했던 열한살 영주라는 소녀.

이 아이는 늙은 할머니와 단 둘이서 살아가는데 어느날 덜컥 할머니가 암에 걸려 죽고 아이 혼자만 남는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연락이 닿아 있던 한이 내려가 얼결에 상주 역할까지 도맡고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될지 고민하는 줄거리다.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야무진 어린 소녀이지만, 역시 생에 대한 두려움이 두 눈에 가득한 영주를 보면서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제 속에 도사린 비정(非情)’에 한은 진저리친다. 아이는 어찌어찌 수소문해서 남해의 먼 섬에 사는 친척집으로 보내지지만, ‘남쪽 바다, 푸른 나라’에서 잘살 것 같았던 그 아이는 1년 뒤에 가보니 착하디 착하지만 불행한 친척 가족의 파탄으로 종적조차 없다.

아이 셋을 거느린 가장으로 곡성 광주 서울 춘천 등지를 떠돌며 살아온 작가 자신의 눅진한 체험과 월간지에 연재하기 위해 소외된 지역을 찾아다니며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뱃속에 먼지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가’ 소설로 나왔다. 왜 ‘지겹게’ 가난하고 힘든 이들의 이야기만 쓰느냐는 위악적인 질문에 그녀는 “한번도 가난한 사람들 이야기를 쓴다는 자각은 없었다”며 “다만 인간들에 시선을 두었을 뿐”이라고 답했다.

그녀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제한 때문에 못다한 이야기들을 직설적으로 고백한 산문집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에서 “애비 없는 자식들에게 에미의 존재는 유일한 비빌 언덕이자 그 자체로 공포이던가, 그리하여 내 자식 또한 내 음주와 음주의 뒤끝에 터져나오는 에미의 눈물에 그토록이나 서러워하는가”라고 적었다. 가난이 가족 해체의 중요한 요인이긴 하지만, 배가 고파도 가난하다고 느낀 적이 없던 작가의 유년기에 비해 배가 불러도 늘 허전하고 정신적인 유랑민으로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의 가난은 어찌할 것인가.

공선옥은 “아등바등 움켜잡을 것 없이 생존의 법칙을 따라 떠도는 가난한 이들을 소설에 담으면서 물질적으로 치덕치덕 처바른 사람들을 그리는 것보다 오히려 경쾌했다”고 말한다.

--세계일보 조용호 기자 jhoy@segye.com. 2005. 4. 9.




●가난속 힘겹게 사는 가족들 그려

그의 소설은 늘 조금은 가난하고, 더러는 배가 고프다. 하지만 그를 아는 독자라면 이때의 ‘가난’이 땟국에 절은 남루함이 아니란 사실쯤은 눈치챌 것이다.

핍진한 현실을 흥분 없이 꼿꼿이 대면하고 보듬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 어느 작가보다 가난한 사람들의 편이 돼 준 공선옥(42)이 새 소설을 냈다. 신작 ‘유랑가족’(실천문학사 펴냄)은 희망없이 부유하는 부초 같은 인간군상을 불러낸 연작소설이다. “산문집 ‘마흔에 길을 나서다’(2003년)를 쓰느라 돌아다닐 때 많은 사람들을 만났더랬어요. 그때 마주친 사연들이 상당부분 녹아들어 있습니다. 어찌 보면 결국 그 모든 것들이 작가인 나, 공선옥의 삶이겠지요만.”

7일 인사동에서 만난 그는 “작가에게 글을 쓴다는 행위는 그 자체가 삶”“쓴 건 나였지만, 글들이 나에게로 와주었다.”는 등 선문답 같은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5편이 연작소설 얼개인 이번 책의 주인공은 어쩌면 현실을 힘겹게 부비며 사는 ‘가족’들이다. 글을 끌어가는 동력은 그 가족군상을 헤집고 실핏줄처럼 흐르는 ‘가난’일 것이다.



●‘가난 심술만큼 희망 힘도 세다’ 메시지

연작소설을 이어주는 거멀못 같은 인물은 프리랜서 사진작가 ‘한’. 그 역시 어렵사리 한 가정을 꾸려가는 힘없는 가장이다. 그의 눈을 빌려 시골에서 도시로 또는 도시에서 시골로 정처없이 떠도는 가족들이 지면으로 불려나온다. 지긋지긋한 가난을 피해 서울로 달아난 여자 용자, 시골에 초라하게 남겨진 아이들, 그리고 그녀를 찾아나선 남편 달곤은 반쪽짜리 가족(‘겨울의 정취’)의 자화상 바로 그것이다. 그렇게 출발한 이야기는 이리저리 흩어진 ‘가족의 파편’들이 궁핍을 매달고 떠도는 형상들을 줄곧 쫓아다닌다.


작가에게 맨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왜 이렇게 가난에 집착하느냐?”는 물음에 돌아온 답은 간명했다.“내 눈에는 모든 인간들이 다 가난해 보여요. 우리 속에 마치 가난의 싹이 내장돼 있는 것처럼….”


도망쳐온 서울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전전하는 여자 용자, 그를 찾겠다며 서울바닥을 떠도는 남자 달곤, 돈을 좇아 한국 농촌으로 시집왔으나 결국 서울로 ‘탈출’한 조선족 여자 명화, 명화를 찾아 서울 공사판을 전전하는 남편 기석, 역시 명화를 찾아 입국한 조선족 전 남편 용철…. 만화경 같은 이들의 이야기는 메마른 무채색 풍경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작가가 보내는 애정의 눈길은 예사롭지 않다.


“거덜난 인간들을 앞세운 이번 글들을 쓰면서 의외로 무척 경쾌했다.”는 그는 “뭔가 물질이 치덕치덕 발라진 인생을 쓰는 게 내겐 오히려 더 답답한 일”이라고 했다.


그에게 있어 가난이란,‘없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작가의 말마따나 “가족을 잃은 외로움으로 또 다른 가족을 일구고 사는 가족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자의 아이를 거두는 또 다른 여자(‘그들의 웃음소리’), 고아가 된 조카딸이 유일한 혈육인 고모네에서 가족으로 엮이는 이야기(‘남쪽 바다, 푸른 나라’)가 그들이다. 검질긴 가난의 심술만큼이나 희망의 힘도 세다는 메시지를 작가는 잊지 않은 셈이다.


●산문집엔 어린시절·독서일기 등 담아

그 자신 “가난한 유랑작가”라고 잘라 말했다. 초등학생 딸을 거두며 춘천에서 산 지 3년.“전주에 살고 있는 딸이 대학엘 들어갔으니 다시 그곳으로 이사한다.”는 그 삶도 꼭 ‘유랑’을 닮았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열여섯살 이후 광주, 여수, 서울, 춘천으로 어지간히도 자주 거처를 바꾸고 살았다. 새 소설이 베스트셀러로 뜨면 어떻겠느냐고 했더니 손사래 치는 품이 영락없이 푼푼한 시골아줌마다.“내 책이 거그(베스트셀러 목록) 올라가믄 부끄러워 살간디요? 없는 데 워낙 익숙해놔서….”


“출판사에서 계약금을 받아 썼으니 머지않아 동화책도 낼 것”이라며 또 한바탕 웃어제꼈다. 그는 이번에 어린시절, 독서일기 등 생활이야기를 묶은 산문집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당대 펴냄)도 함께 냈다.

--서울신문 2005. 4. 8. 글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민중문학’ 두 주자 소설집 내

공선옥씨 ‘유랑가족’중국동포·노래방 도우미·철거민…특유의 ‘가난한 모성’새로운 변모


‘민중문학’의 대표주자 두 사람이 나란히 소설집을 내놓았다. 공선옥(42)씨는 연작소설집 <유랑가족>(실천문학사)을, 정도상(45)씨는 단편집 <모란시장 여자>(창비)를 각각 선보인 것이다.

<유랑가족>은 다섯 편의 연작으로 이루어졌다. 연변에서 온 동포들, 시골 노인들과 아이들, 노래방 도우미 아줌마, 수몰 예정지의 철거민 등 다양한 인물들이 하나의 연작에 묶였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각각인 이 인물들을 한데 묶는 고리는 이들을 취재하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한’이다. 기업체 사보 등에서도 갈수록 어둡고 우울한 사진보다는 밝고 따뜻한 사진만을 요구하는 세태에 ‘한’은 유독 소외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집착한다. 그의 집착은 단지 피사체에 대한 직업적인 차원의 관심을 넘어, 유일한 혈육이었던 할머니를 여읜 초등학교 여자아이를 제 집으로 데려가 키우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근본적이고 ‘과격하게’ 나타난다.

‘한’의 그런 태도는 기실 등장인물들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를 대변하는 것인데,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라는 말로 그 태도를 요약할 수 있다. 공선옥씨는 등단 이후 줄기차게 ‘가난한 모성’을 다루어 왔다. 그 모성은 이번 소설집에서 ‘한’의 동선을 좇아 전라도와 경상도의 시골에서부터 남해 섬과 서울 가리봉의 중국 동포 거리 등으로 확산되는 면모를 보인다. 작가 자신의 취재 발품을 짐작하게 하거니와, 그동안 개인사를 소설의 소재로 즐겨 끌어들여 온 작가의 이런 변모는 환영할 만하다. 연작 가운데 가장 따뜻하고 낙관적인 분위기로 전개되던 <남쪽 바다 푸른 나라>의 갑작스러운 반전에서 보듯, 그 모성은 현실의 어둠에 맞서기에는 매우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바로 거기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애써 웅변하는 듯하다.

정도상씨 ‘모란시장 여자’건강원 여주인의 삭막한 내면 부각다른 한 측면 분단의 아픔 녹여

<모란시장 여자>에는 정도상씨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쓴 단편 여섯이 묶였다. 이 가운데 표제작에 해당하는 <개 잡는 여자>는 발표 당시부터 주목받았던 수작이다. 남편에게 버림받은 건강원의 젊은 여주인을 주인공 삼아, “아침마다 열댓 마리씩 개를 잡아야 하는 인생”의 황폐함을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다. 개 목에 올가미를 걸고 잡아당겨 죽이고, 되살아난 개의 머리를 야구방망이로 내리치며, 털을 긁어내고 내장을 들어내는 등의 과정이 꼼꼼하게 묘사되면서 그 여자의 사막 같은 내면을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개 잡는 여자>를 이루는 다른 한 축은 아내와 사별한 뒤, 북에 두고 온 첫 번째 아내의 젊을적 사진을 하루종일 들여다보고 앉았는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딸의 금고에서 조금씩 빼낸 돈으로 금강산 관광을 신청하는 아버지의 사연은 분단문제에 관한 정도상씨의 관심을 새삼 보여준다. 이런 면모는 소설집 속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흔히 목격된다. 간첩 출신 장기수 아들에게 보내는 구순 노모의 편지 형식을 띤 <부용산>, 역시 장기수 출신 침술사가 나오는 <구름의 서쪽>, 월북했다가 간첩으로 잠깐 다녀간 남편을 평생토록 그리다가 임종을 맞는 어머니를 주인공 삼은 <그토록 긴 세월을> 등이 그러하다. 반면 병역비리와 탈옥수, 카드 빚에 의한 자살 같은 사회적 사건들을 다룬 <오늘도 무사히>와 <달빛의 끝> 같은 작품은 세태의 표면적인 재현에 머물고 만 듯한 아쉬움을 준다.

--2005. 4. 2.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 한겨레



"숨어서 우는 사람들의 '눈물'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주에 소설집 ‘유랑가족’(실천문학사)과 산문집 ‘사는 게거짓말 같다면’(당대)을 차례로 내놓는 소설가 공선옥(42)씨는이 두 권을 앞에 두고 ‘눈물’을 이야기한다.

“요즘 사람들은 눈물에 참 매정해요. 눈물을 부끄러워하지요.그래서 눈물을 꽁꽁 싸매 죽여버리거나 숨어서 남 몰래 혼자 울어요. 그러니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줄 생각은 하지도 못하겠지요. 코미디와 개그같은 휘발성 웃음만 난무하는 세태 속에 눈물은 어두운 구석에서 쌓여만 가지요. 이번 소설집과 산문집에서는우리들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하는 눈물, 슬픔의 또다른 이름인눈물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싶었어요.”


작가에 의해 눈물이라고 이름 붙여진 것은 소설 제목 그대로 ‘유랑가족’, 바로 정착하지 못한 채 쫓겨난 사람들의 삶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쓴 연작 5편을 묶은 소설집은 머물고싶고, 가족을 이루고 싶고, 그 곳에서 평범하게 오밀조밀한 삶을쌓아가고 싶지만, 가난하기 때문에 삶의 벼랑으로 밀려난 사람들, 그리고 때로는 그 벼랑에서조차 밀려 떨어진 사람들의 아픈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소설 속에는 가난과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달아나는 부인,병든 오빠를 고쳐주겠다는 거짓 약속만 믿고 한국남자와 결혼한고달픈 조선족 여인, 감옥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남편을 두고 누구의 씨인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은 여자가 나온다. 또 유일한 피붙이인 할머니의 죽음으로 세상에 홀로 남게 된 어린이의 슬픔과 새엄마의 구박에 집을 나가는 고등학생의 황량한 일상도 있다.


도망친 부인을, 집나간 딸을 찾아 도시의 밤거리를 헤매는 남편과 아버지, 모든 것을 잃고 술에 빠지는 남자, 자살하는 남자 그리고 그 남자의 죽음에 통곡하는 노모의 눈물도 있다. 소설은 일정하고 뚜렷한 서사적 줄거리를 갖기보다는 이들 가난한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단면을 건조하게 담아내고 나열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리고 소설 5편은 각각 독립적으로 전개되면서도 동시에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즉 한 작품에 나온 사람들이 다른 작품에 주연으로 혹은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소설집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하나의 거대한 모자이크를 만들어낸다. 산문집도역시 유랑민처럼 떠도는 작가 주변의 가난한 사람의 모습을 담아냈다. 그래서 소설집과 산문집은 하나의 이야기를 풀어낸 두 작품이다.


작가는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은 죄인처럼살아간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생활의 안전은 물론이거니와 인격도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이들은 머물고 싶어도 머물지 못하고, 쫓김을 당하는 유랑자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씨는 소설 곳곳에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연민으로 인간적 관계를 이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공동체복원에 대한 꿈을 보여준다.


따라서 작가는 “이번 작품은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결코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소설속 주인공들은 물질적으로 가난하기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기도 하지만동시에 가난하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얻기도 한다. 경제적 가난과 함께 정신적 가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었다. 가난은우리 모두를 유랑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나 역시 가난한 유랑작가일 뿐이며, 가난하여 이 땅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못하고 떠도는 유랑민일 뿐”이라는 작가는 지난 3년간 머물렀던춘천을 떠나, 올봄 전주로 삶의 터전을 옮긴다.


--2005. 4. 4. 문화일보.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삶을 다룬 연작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 "본때 나는 삶이 따로 있나요. 작가는 가난한 사람을 다루더라도 글을 잘 쓰면 본때가 나는 거죠."

공선옥(42) 씨가 연작소설 '유랑가족'(실천문학사)을 냈다. 2002년 봄부터 2003년 봄까지 계간 '실천문학'에 연재했던 5편의 연작을 2년여만에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이다. '겨울의 정취' '가리봉 연가'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나라' '먼 바다' 등 수록작들은 삶의 근거지를 잃고 산간 농촌이나 지방 소읍, 도시의 변두리를 유랑하는 '뿌리 뽑힌 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소설들은 사진작가 '한'의 눈에 비친 밑바닥 인생을 보여준다. '겨울의 정취'에는 시골마을 신리에 사는 김달곤의 가족 이야기가 등장한다. 김달곤의 아내 서용자는 동네 식당에서 일하던 명화의 꾐에 빠져 서울로 도망쳤다. 김달곤마저 아내를 찾으러 서울로 떠나고, 자식 미정과 영기는 할머니 손에 맡겨진다. 이처럼 신리에는 해체된 가족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가리봉 연가'는 서용자를 꾀어내 서울로 도망쳤던 조선족 여자 명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병든 오빠를 고쳐주겠다는 기석의 말을 믿고 한국에 온 명화는 농촌 생활이 고달파 서울로 도망쳐 가리봉동에서 노래방 아줌마로 일당벌이를 하며 살아간다. 그녀가 한적한 골목에서 불량배의 칼에 목숨을 잃는 모습이 그려진다.

7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공씨는 "몇 년전 후배를 따라 우연히 가리봉동 노래방에 갔다가 조선족 여자의 살인사건을 목격했다"면서 "그 사건이 내 속에서 자라다가 어느 순간 불쑥 튀어나와 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 겪은 일들도 숨죽이고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우리 몸속에는 가난이라는 싹이 항상 내장돼 있다. 그것을 복개해서 찾을 수 있겠는가. 어느 날 문득 몸속에서 튀어나오고 그것이 소설이 된다"고 덧붙였다.

수록작 가운데 '그들의 웃음소리'는 쓰레기 소각장이 들어서는 샘밭골 이야기를 다뤘고, '남쪽 바다, 푸른 나라'에는 할머니의 죽음 이후 섬마을 고모부 집 등을 전전하는 고아 영주의 고달픈 삶을 그렸다. '먼 바다'에는 댐 건설로 곧 수몰되는 갈산리 마을 풍경이 그려진다.

1991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한 뒤 줄곧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소설로 쓰는 것에 대해 공씨는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가난하다"고 말했다. 물론 작가가 말하는 가난은 물질적인 가난만이 아니다.

그는 "요즘 젊은 독자들이 가난하고 구질구질한 소설을 좋아할까"라는 물음에 대해 "가난한 사람이든 본때 있는 사람이든 다루는 사람이 누구든지간에 작가는 글을 잘 쓰면 본때가 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시골에서 자랄 때 항상 배가 고팠지만 가난하다는 의식은 없었어요. 하늘에 새가 날아가면 저걸 잡아 구워먹으면 맛있을 텐데 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어요. 한마디로 수렵채취족이었던 셈이죠. 그런데 요즘은 배는 고프지 않은데 가난을 느낍니다."

그는 "그동안 가난을 소설로 쓰려 했다기보다 인간의 문제를 쓰고자 했다"면서 "이번 연작을 쓸 때는 마음이 우중충했다기보다 경쾌했고, 거덜난 인생을 묘사하는 것이 물질이 덕지덕지 붙은 사람들을 묘사하는 것보다 속편하다"고 말했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중학생까지 그곳에서 자란 공씨는 이번 소설의 등장인물들처럼 전국의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살았다. 광주에서 서울로 갔다가 다시 광주로 내려와 곡성, 여수, 춘천으로 유랑했던 그는 이달 25일께 전주에 새 거처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춘천에서 3년간 생활하다 경주, 남원, 전주 세 곳을 놓고 고민하다 전주로 이사하기로 했어요. 이번 연작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내가 살아온 족적인 셈입니다. 살아오면서 어디에 시선을 두었고, 어떻게 살았는지가 글로 남은 것이죠."

그는 "소설 속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일부러 찾아다녔다기보다 그들이 내게로 찾아왔다"면서 "쓴다는 행위 자체가 작가의 삶이며, 그러기 때문에 내가 글을 썼지만 글들이 내게 다가온 것이어서 그 다음엔 어떤 글이 다가올지 스스로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이번에 연작소설과 함께 산문집 '사는게 거짓말 같을 때'(당대)도 출간했다. 우리 사회와 이웃들의 현실에 대한 관심을 담은 글들과 독서일기 등이 산문집에 수록돼 있다.

공씨는 "제 눈에는 모든 사람이 가난해 보여요"라고 말했다. 작가 자신의 가난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세상에 대한 깊은 연민이야말로 그의 소설을 떠받치는 힘이라는 것을 드러낸 발언이다.

--연합뉴스. ckchung@yna.co.kr 2005. 4. 7.



'유랑가족', 무전유죄 밑바닥 인생의 눈물


소설가 공선옥(42)씨가 연작 장편 ‘유랑 가족’(실천문학사)을 펴냈다. 제목의 두 글자 ‘유랑’이 눈을 아프게 찌른다. 공씨의 인생 자체가 유랑이 아니던가. 반지하 단칸방에서 둘째 아이의 태를 끊었던 광주를 떠나,허름한 폐교에 살림을 차린 전남 곡성에서 셋째를 낳고,여수 구봉산 산비탈의 아파트로,그리고 3년전에는 우연히 들렀던 춘천에 삶의 터를 잡은 이가 바로 그다.

소설에서 뜻하는 ‘유랑’이란 가진 것 없이 태어나 현실 세계의 권력적 구조에 편입되지 못한 채 튕겨져 나온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택할 수밖에 없는 삶의 방식이자 가난의 형상이다. 가난이 서러워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다섯 꼭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을 하나의 모자이크로 이어놓는 사람은 잡지사 청탁으로 시골 풍경을 취재하러 간 프리랜서 사진작가 ‘한’이다. 첫 번째 작품 ‘겨울의 정취’에는 그의 눈과 카메라에 포착된 신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마누라가 집을 나가부렀소야. 그런데 얼마 전에 그년이 왔소. 와서는 또 나갔네. 내가 식당 개조하는 데서 받은 돈을 그년이 다 챙겨가부렀소야. 내가 죽을 각오를 하고 받은 돈을 말이요.”

라면이라도 실컷 먹고 싶다는 신리 마을의 중학생 미정,서울로 올라가 공사장을 전전하면서 도망간 아내를 찾는 미정이 아빠 김달곤,김달곤과 같은 동네에 사는 기석의 아내로 달곤의 아내를 꼬여 함께 서울로 상경한 조선족 여자 장명화,서울서 노래방을 전전하다가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갖게 된 미정이 엄마 서용자 등은 가난이라는 병을 앓는 사람들이다.

두번 째 작품 ‘가리봉 연가’에서는 이 가난의 형상이 한층 확연해진다. 김달곤은 아내 서용자를 만나지만 차마 데려오지 못하고 홀로 귀향하고,장명화는 허승희라는 가명으로 가리봉동을 전전한다. 여기에 전남 곡성에서 소년 가장으로 살다가 상경하여 밀링 노동자로 살고 있는 젊은 가장 경수,훈춘에서 돈 벌러 한국으로 와 가리봉동에 흘러든 승애 등이 추가된다. 이들은 돈을 노린 칼에 찔려 죽어가는 장명화의 비참한 최후를 계기로 한데 모이게 된다. “승애는 돈을 쫒아 내 여기까지 왔노라며,슬피 울었다. 나는 무얼 찾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결국 가난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지,가난이.”

이 소설집의 미덕은 주인공들이 지푸라기라도 잡길 바라는 심정에서 작가가 일부러 희망을 과장하지 않고 다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진작가 ‘한’이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만나고 찍는 ‘사진’들을 통해 드러나는 ‘유랑 가족’은 오늘날 선진국 진입을 운운하는 한국 사회의 한꺼풀 표면 아래에서 매일매일 끼니 걱정을 하며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의 실상과 가난의 형상에 다름 아니다. 또다른 작품 ‘남쪽 바다,푸른 나라’에서 ‘한’이 유일한 혈육이던 할머니마저 여의고 고아가 된 초등학생 영주를 제 집으로 데려가 키우기 위해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는 대목에서는 세 아이를 홀로 키우며 전라도와 강원도를 넘나들며 살고 있는 작가 자신의 삶이 서사로 들어 앉아 있다.

때로 공선옥 소설의 문장들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그게 소설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한 줄의 거창한 문장조차 보이지 않는 그의 소설을 자꾸 곱씹을수록 한 번 더 세상을 향해 따스한 시선을 품어보고 싶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덕지덕지 분칠한 문장이 횡행하는 작금의 문단에 그의 소설은 청빈한 돋을새김으로 더욱 빛나고 있다.

올봄 춘천을 떠나 전주로 삶의 터전을 옮길 계획인 공씨는 “소설속 주인공들은 물질적으로 가난하기에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난하기 때문에 새로운 가족을 얻기도 한다”며 “나 역시 가난하여 이 땅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민일 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2005. 4. 8. 정철훈 전문기자 chjung@kmib.co.kr




거덜난 인생, 이번엔 밝게 묘사

작가 공선옥(42)의 시선은 늘 낮은 곳에 머물러 있다. 가난이 만들어낸 갖가지 형상을 길어다 자기 소설의 재료로 삼는다. 그 유착관계는 너무도 질긴 것이어서 공선옥과 가난은 우리의 관념 속에서 둘이 아닌 하나다.

새 작품집 ‘유랑가족’(실천문학사) 역시 ‘공선옥표’ 소설이다. 이 4음절 제목에 수렴된 주제의 압축성이 무릎을 치게 한다. 정착이 보편화된 시대에 집시를 연상케하는 ‘유랑’을 ‘가족’과 병치시킴으로써 삶을 해체하는 가난의 파괴력을 들추고 있다.

- ‘공선옥표’ 가난한 군상들 다뤄 -

궁핍은 사람을 모듬살이의 중심에서 이탈케 해 변두리를 유랑하게 만든다. 그래서 가난은 인간의 존엄과 자존을 통째 발라먹는 삶의 블랙홀이다. 지겹도록 자기 자리만 지키고 있는 공선옥은 이 블랙홀에 빠진 인간 군상을 사실적 시선으로 내밀하게 포착하고 있다.

“제 소설이 왜 항상 우중충하고 어둡냐고요? 이번에 쓴 소설들은 경쾌해요. 사실 거덜난 인생들을 묘사하는 것이 물질이 덕지덕지 붙은 사람들을 묘사하는 것보다 속편해요. 따지고 보면 가난이란 건 우리 속에 켜켜이 쌓여 있는 것 아닌가요. 도회지 삶 자체가 유랑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랑가족’에 담긴 단편 5편은 2002년 봄부터 1년간 계간 ‘실천문학’에 연재한 것이다. 대개 소설집이란 게 한 작가가 특정 기간에 쓴 다른 이야기들의 단순 모음집인데, ‘유랑가족’은 조금 다른 형태다. 5편은 각기 독립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두릅으로 엮여 있다. 등장인물들은 이 소설에서 저 소설로 연결된다. 사진작가 ‘한’의 시선은 그 중심에 서 있다. 마치 CCTV처럼 장면 장면을 포착한다.

문학평론가 방민호씨(서울대 교수)는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모자이크 효과다. 이런 모자이크 효과는 중첩적인데, 왜냐하면 그것은 하나의 작품 안에서도 나타나고, 또 이들 작품이 연결되는 과정을 통해서도 발현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5개단편 독립적이면서 하나 -

첫번째 작품 ‘겨울의 정취’와 두번째 작품 ‘가리봉 연가’를 통해 이 효과를 절감할 수 있다. ‘겨울의 정취’는 시골마을 신리에 사는 김달곤의 가족 이야기다. 김달곤의 아내 서용자는 동네 식당에서 일하던 조선족 여자 명화의 꾐에 빠져 서울로 도망쳤다. 김은 아내를 찾으러 서울로 떠나고, 자식 미정과 영기는 할머니 손에 맡겨진다.

‘가리봉 연가’의 중심인물은 명화다. 시댁 식구의 감언이설에 속아 한국 시골로 시집온 명화는 서울로 도망친 뒤 가리봉동에서 노래방 도우미로 취업한다. 그는 나중에 불량배의 흉기에 맞아 목숨을 잃는다. 이야기는 다음 단편 ‘그들의 웃음소리’ ‘남쪽 바다, 푸른 바다’ ‘먼 나라’로 이어지면서 삶의 뿌리가 뽑힌 채 떠도는 유랑가족의 큰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 산문집 ‘사는게…’도 함께 내 -

작가는 “가난을 소설로 쓰려고 했다기보다는 인간 문제를 썼을 뿐”이라며 “물질적 가난만이 아니라 정신적 가난, 정신적 유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도 많지 않으냐”고 했다.

전남 곡성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광주→서울→광주→곡성→여수→춘천으로 거처를 옮겨가며 유랑했다. 이달 하순에는 전주에 새 집을 마련한다. 그는 이번에 산문집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당대)도 함께 출간했다.

--경향신문 조장래 기자 joy@kyunghyang.com. 2005.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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