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선집은 결코 비켜갈 수 없는 우리 역사의 비극인 4·3항쟁을 주제로, 문충성 등 16명의 제주 토박이시인들의
시들을 한데 모은 것이다.
“분단모순이 첨예하게 대립된 해방 직후의 정치적 격변기에 국토의 끝, 제주도에서 발생한 한국전쟁에
버금가는 살육의 아비규환과 비인간적 대량학살에 대해 우리는 문학이 갖는 역사적 책임과 작가적 양심으로 4·3 당시 자행된 양민학살의 참혹상을
고발함과 동시에, 그 역사적 후유증이 제주도민의 삶에 어떠한 의미로 남아 있는지에 관심을 갖고 이 시선집을 묶는다”고 시선집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4․3은 아직도 우리들이 치유하고 극복해야 할 커다란 상처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1948년 4월 3일 제주도민들은 남한
단독선거에 반대하고 미군정 및 극우세력의 탄압에 항의하는 봉기를 일으켰다. 이 사건으로 당시 27만 제주도민 중에 3만여 명의 희생자를 내었고
130여 개의 마을이 방화 소각되었으며, 10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여 4·3은 한국전쟁을 제외한 현대사의 최대의 비극으로 남아 있다.
4·3의 역사적 진실을 시적 진실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데 힘쓴 이 시선집에 수록된 66편의 시들은 4·3을 ‘수난’의 시각에서 다루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수난’은 마을 전체의 수난과 개인의 수난을 포괄하고 있고 어김없이 이야기 구조를 동반하고 있으며 역사성과 사회성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빛과 그늘이/ 어두움 무서움 모르던/ 닭소리도 한데 어울려 살던 사철/ 무시로 바람 불던 섬마을에 바다
건너온/ 피에 젖은 이데올로기들/ 동/ 서/ 남/ 북/ 불질렀네/ 섬마을들 불이 되었네
― 문충성 「4월제 1」 부분
그대는
살아 있다/ 화해와 용서와 평화와/ 공존의 눈짓으로 몸짓으로/ 4월이면 그대는 살아/ 우리 곁으로 온다/ 더 이상의 싸움은 부질없는 것임을/
깨우치려는 듯 안타깝게 그것을 말하려는 듯/ 입 벙긋거리며 화평한 얼굴 속/ 검정 고무신 끌며
─ 김광렬 「그대는 살아 있다」
부분
수만 명의 무고한 백성이 빨갱이로 몰려 학살당했음에도 지금까지도 밝혀지지 않은 진상이 하루빨리 규명되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뤄지길 바란다.
문충성, 현안식, 고정국, 문무병, 나기철, 김순남, 김광렬, 허영선, 김규중, 김석교, 홍성운, 김수열, 진순효, 강덕환, 오승국, 김홍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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