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에서 경성 그리고 서울……
노동시로 조망한 만화경 서울의 삶과 욕망의 풍경!
전태일 40주기(11월 13일) 기념과 더불어 서울의 공간성과 노동자들의 삶이 한데 어우러진 노동시들을 엮은 『서울과 노동시』가 출간되었다. 기획기간 1년, 검토한 시편만 수천여 편에 이르는 방대한 작업의 결과물로,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발표된 시들 가운데 ‘서울’이라는 구체적 공간을 배경 삼아 노동자들의 삶을 형상화한 시들을 시대별로 선별하였다. 한성이 국권 침탈로 ‘경성’의 이름을 입고 광복과 한국전쟁 등을 거쳐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상징인 도시 ‘서울’로 변모해가는 과정 속에서 노동자/민중의 삶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초고속 성장과 근대화의 그늘에 가려져 도외시되었던 이 땅의 노동자들의 삶을 시로써 조망해본 것은 문학사적으로도 이례가 없는 매우 기념비적인 작업이다. 세계화에 발맞추려는 앞으로의 ‘서울’의 행보에 결코 간과되어서는 안 될, 자료사적 가치로서의 의미 또한 크다.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이 실천문학사의 주관으로 11월 13일(토) 오후 2시에 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1900~2000년대, 138명 시인의 320여 편 노동시 수록
노동시들을 총 세 시기로 분류하여 엮었다. 1부는 1900~1950년까지 「식민지 수도 경성의 근대화와 노동시의 대응」의 면에서 살펴보았다. 일제로부터의 자본주의 이식 과정에서 경성의 조선인들이 소비의 주체로 부상함과 동시에 반실업자들로 전락해가는 “이중도시”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 이때, 카프 시인을 포함한 신경향파적 시인들의 출현과 더불어 경성의 빈곤을 드러내는 ‘노동시’가 등장했다. 2부 1960~1970년대는 인류 존속과 역사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으로서의 ‘노동’이 한국 현대사의 위계 구조 가운데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응시했다. 이 시기의 노동시들은 “서랍속의 불온시”(김수영)처럼 양적으로 침체기였다. 3부는 1980년대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서울로, 즉 “자본과 권력에 의해 배치”된 “핍진한 노동 형상”을 주시했다. 이 시기 노동시의 특징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이주 노동자들이 서울의 노동자로 편입되는 현실을 그린 점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계층 구조의 변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일면이기도 하다.
이렇게 임화-신동엽-박노해-송경동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하에서 도시(서울) 풍모(공간성)가 노동과 관련해 어떻게 변모해가는지를 살펴봄으로써 노동이 노동자/민중의 삶에 어떻게 내면화되어가는지 문학사 및 도시 공간 문화사적으로 살핀 매우 의미 있는 결과물이라 하겠다.
■ 머리말 중에서
이 책은 그동안 흩어져 있던 서울과 관련한 노동시를 한곳에 모아 서울이 노동의 관점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들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기 위해 편자들은 이 땅에서 발표된 시들을 총망라하여, ‘서울과 노동’의 주제로 포괄할 수 있는 시들을 추려내었다. 시들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서울이 노동의 측면에서 어떠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지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역사의 국면과 단계마다 서울은 여러 얼굴을 보여주었고, 마찬가지로 노동시 역시 역사의 구체적 현실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노동자로서의 계급의식이 선명하지 않았을 당시의 서울, 노동자 계급의 명확한 인식을 하고 있을 무렵의 서울, 그러한 계급에 대한 인식이 유연해진 서울, 심지어 계급 자체에 대한 인식보다 계급이 갖는 욕망에 주목해야 하는 서울 등 노동자와 서울에 대한 관계는 단순하지 않다.
이 책을 통해, 서울에 대한 맹목을 늘 경계하고, 서울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삶의 양상과 욕망의 풍경이 정직하게 응시되기를 바란다. 또 노동이 주요한 삶의 원천인 서울이 소비지상주의와 정글의 법칙을 넘어, 인류의 평화를 위한 대안적 삶의 양식을 추구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으로 인식되었으면 한다.
■ 서울과 노동시 기획위원
고명철 | 1970년생. 문학평론가. 199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평론집 『‘쓰다’의 정치학』, 『비평의 잉걸불』, 『칼날 위에 서다』, 『순간, 시마에 들리다』, 『지독한 사랑』 등.
고봉준 | 1970년생, 문학평론가. 2000년 『대한매일』 신춘문예 당선. 평론집 『반대자의 윤리』, 『다른 목소리들』, 『유령들』 등.
박수연 | 1962년생, 문학평론가.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평론집 『문학들』, 『말할 수 없는 것과 말해야만 하는 것』등.
손택수 | 1970년생, 시인.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호랑이 발자국』, 『목련 전차』, 『나무의 수사학』 등.
오창은 | 1970년생. 문학평론가.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평론집 『비평의 모험』.
이성혁 | 1967년생. 문학평론가. 1997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 2003년 『대한매일신문』(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평론집 『불꽃과 트임』등.
씩씩하게 걸어온 노동의 노래 ―― 최재봉 기자, 한겨레(2010. 11. 12.)
노동자의 삶 형상화… 전태일 40주기 ‘서울과 노동시’ 출간 ―― 정철훈 기자, 국민일보(2010. 11. 12.)
노동자 피땀으로 세워진 빈곤과 차별의 도시 서울 ―― 이영경 기자, 경향신문(201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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