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맑은 눈과 순수한 마음으로 써내려간 김용택 시인의 두번째 동시집. 시인이 반생 이상을 교사로 지낸 덕치초등학교에서 함께한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아이의 아린 마음과 눈물이 있고, 할머니의 따스한 사랑과 지혜가 있으며, 선생님, 동무들과 뛰어놀며 배우는 어린이 고유의 활력이 그려지는가 하면, 그 어린이의 눈에 비친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사도 있다. 심심하고 쓸쓸한 농촌 동네의 고요함 이편에서 숨쉬는 신기한 생명과 그 생명이 만들어내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자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할머니 똥 푼다
온 동네 똥 냄새 풍기며
할머니 똥통에서 똥 푼다
할머니 똥 푼 데 지나며
코를 막으면
야 이놈아! 네 똥 삼 년만 안 먹으면
너는 죽어
똥이 밥이여 이놈아!
할머니 코도 안 막고
똥바가지로 똥 푼다
온 동네 똥 냄새 풍기며
구린 내 똥도 푹푹 푼다
아니, 내 밥 푼다
_「내 똥 내 밥」 전문
어린이의 맑은 눈과 순수한 마음으로 쓴 김용택 시인의 두번째 동시집
무려 네 편의 시가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경이로운 동시집이 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의 『콩, 너는 죽었다』(1998년, 실천문학사 刊)가 바로 그것인데, 봄을 맞아 시인의 두번째 동시집 『내 똥 내 밥』이 출간되었다.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보내는 생활을 만 35년째 하고 있다는 시인이 이 동시들을 쓴 곳은 전북 임실군의 덕치초등학교 교실. 다 합하면 시인이 올해로 무려 26년째 근무를 하고 있는 이 학교는 시인의 모교이기도 하며,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학부모 중 일부는 김용택 선생의 제자였다고 하니 시인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시인의 반생 이상의 기억이 스민 이곳 덕치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어울려 생활하며 쓴 동시집 『내 똥 내 밥』에는 김용택 시인과 함께 공부했던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아이의 아린 마음과 눈물이 있고, 할머니의 따스한 사랑과 지혜가 있다. 선생님, 동무들과 뛰어놀며 배우는 어린이 고유의 활력이 그려지는가 하면, 그 어린이의 눈에 비친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사도 있다. 떠나가는 사람만 있을 뿐 오는 사람은 없어 심심하고 쓸쓸한 농촌 동네의 적요함 이편에서는 신기한 생명과 그 생명이 만들어내는 놀라움으로 가득한 자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행복한 선생님의 행복한 선물
김용택 시인은 꽃과 산과 하늘과 나무를 그리고 있는, 자신이 맡은 어린 학생들을 보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한다. 동시를 쓰면서 울고 웃는다는 김용택 시인은 “다른 어떤 책보다 동시집이 나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시인이 시골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과 어려운 농촌 생활의 실상을 함께 그려낸 동시를 써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기쁨과 슬픔, 꽃과 나무, 산과 강, 논과 밭과 함께 어우러져 노는 우리 시골 어린이들의 하루하루’가 모두 담겨 있는 이 시를 쓰는 동안 시인은 무척 행복했을 것인데, 행복도 전염되는 것이라면, 이 시집은 ‘살아 있는 푸른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과 그러한 ‘유년의 기억을 아스라이 지니고 있을 어른들’ 모두에게 행복을 나누어주려는 행복한 선생님의 행복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 비전향장기수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만화 『꽃』으로 프랑스의 앙굴렘 만화전에서도 호평을 받은 바 있는 박건웅 씨의 일러스트도 재미있는 캐릭터들로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 큰 몫을 해주고 있다. 총천연색의 표정 있는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들과, 풀, 꽃, 나비, 강아지, 매미 들이 말을 걸어오는 듯하다.
재미있는 시, 외로운 시, 서정적인 시
<제1부 할머니 마음>에는 한없이 따뜻하고 포근한 할머니의 마음을 닮은 시들이 가득 실려 있다. 이 따뜻한 마음은 사람을 향한 것만은 아니다. 대자연과 온갖 동물에게까지도 다정한 눈빛을 건네는 그런 따뜻함이며, 함께 살아가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은 때로는 구린내 나는 똥을 싫어하는 손자에게 지청구를 주는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하고(「내 똥 내 밥), 부모들이 떠난 빈자리를 한없는 사랑으로 채워주는 모습이나(「할머니랑 둘이서」 「장날」 「오동 꽃 핀 산」), 남겨진 아이들의 외로움을 안쓰러운 눈길로 품어 안는 시들로 그려지기도 한다(「들길」 「느티나무」 「혼자 먹는 밥」).
할머니가 콩 셋을 땅에 심는다
한 알은 하늘을 나는 새 주고
한 알은 땅속에 사는 벌레 주고
한 알은 땅 위에 사는 사람이 먹고
_「콩 세 개」 전문
<제2부 행복한 감나무>는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시골 어린이들의 모습이 잘 드러난 아름다운 시편들로 채워져 있다. 발가벗고 헤엄치다 물고기에게 고추를 쪼였다고 투정하는 천진스러움(「물고기」), 파란 뽕잎에 납작 엎드린 청개구리를 발견하고는 내가 모를 줄 알았냐며 큰소리치는 개구쟁이들의 모습(「내가 모를 줄 알고?」)이 저절로 미소를 떠오르게 한다. 부모와 형제자매를, 친구들과 자연을 사랑할 줄 아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한없이 사랑스럽다.
산길을 가다
산딸기를 따
칡 잎에 쌌다
시고 달콤한 산딸기
입 안에 침이 고인다
엄마를 갖다 드릴까
동생을 줄까
친구를 가져다줄까
파란 칡 잎에
빨간 산딸기
나도 몰래 한 개 두개
어느새 파란 칡 잎만 남았네
_「산딸기」 전문
달 떴다
달 떴어
귀뚜라미 울고
달 떴다
달 떴어
여치들이 울고
달 떴냐?
달 떴어?
땅속에 지렁이는
캄캄하다고
애둘애둘 밤 새워 운다
_「가을 밤」 전문
<제3부 선생님이랑>에는 장난꾸러기 학생들과 역시 장난꾸러기인 선생님의 학교 생활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다. 김용택 시인이 학생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편들이다. 참새와 벌이 날아드는 교실(「우리 교실」)에서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엉터리인 말썽꾸러기들(「용민이 한빈이 종현이」), 숙제를 안 해 오고도 천연덕스럽게 능청을 떠는 아이들(「별명」)이 즐겁게 공부를 한다.
우리 선생님은
우리 아빠도 가르쳤대요
우리 선생님은
우리 엄마도 가르쳤대요
우리 선생님은
우리 고모도 가르치고요
우리 삼촌도 가르쳤대요
내가 이따금 물어봐요
선생님 근데요 우리 엄마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어요?
그렇게 물어보면요
그래 너처럼 공부도 못하고
말도 안 들었다고 해요
참 이상하죠?
그럼 우리 선생님은 그때도 못 가르치시고
지금도 못 가르치시나?
오늘 집에 가서 엄마 아빠께 물어봐야지.
_「우리 선생님 1」
<제4부 오래된 밭 이야기>에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시(「벼」 「빗방울」),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환기시켜주고 있는 동시(「앞 강물」 「서울 매미」 「밤을 주세요」), 농촌 사람들의 어려운 생활을 형상화한 동시(「우리 아버지」 「희창이」) 등 묵직한 주제를 가진 시편들이 여럿 실려 있다. 이런 주제들을 다룬다 해서 동시가 갑갑하거나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따뜻하고 아름답게 그려진다. 현실 생활에 밀착한 이런 동시들은 우리의 농촌 현실과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켜주는 귀중한 동시들이다.
불 좀 꺼 주세요
제발 불 좀 다 꺼 주세요
캄캄한 밤을 주세요
쿨쿨 자게 잠 좀 자게
밤을 주세요
깊은 밤을 돌려주세요
하루 저녁만이라도
불빛을 다 끄고
깊고 깊은 잠을 자요
나무도 풀도 사람도 매미도
물고기도
밤하늘에 별도
깊은 잠을 자게
밤을 주세요
아무 곳도 못 가고
아무도 못 오게
먹빛같이
캄캄한 밤을 주세요
_「밤을 주세요」 전문
김용택
1948년 전라북도 임실에서 태어나 덕치초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어른들이 읽을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꽃산 가는 길』 『그대, 거침없는 사랑』 『강 같은 세월』 『그 여자네 집』 『나무』 『연애시집』 등을 펴냈고, 어린이들을 위한 시집으로 『콩, 너는 죽었다』가 있습니다. 산문집으로는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인생』 『촌놈, 김용택 극장에 가다』 『섬진강 이야기』 『꽃을 주세요』 등이 있고, 『시가 내게로 왔다』 『사랑』이라는 시집을 묶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어린이들이 볼 수 있는 책으로 자연의 이야기 『나는 둥그배미야』 『바다로 간 큰밀잠자리』가 있습니다.
1986년 김수영문학상, 1997년 소월시문학상을 받았으며, 지금도 고향 섬진강 강가 덕치초등학교에서 2학년 어린이 네 명과 함께 열심히 공부하고 놀고 가르치며 살고 있습니다.
박건웅
1972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습니다.
2002년 출판만화 『꽃』을 펴냈고, 이 책으로 대한민국 판만화대상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2003년에는 김용택 선생님의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의 삽화를 그렸고, 지금은 6 25전쟁 이야기를 다룬 『노근리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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