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담쟁이 어린이

안도현 동시집 -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2007)

실천문학 2013. 7. 30. 13:48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와 「연탄 한 장」, 「우리가 눈발이라면」, 「너에게 묻는다」등의 시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인정받은 안도현 시인의 첫 동시집이 실천문학사에서 출간되었다. 어린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삽화를 그려온 정문주가 그림을 맡은 이번 동시집에는 말과 사물, 자연을 놀이도구 삼아 삶의 진리와 이치를 자연스레 전하는 재미나고 아름다운 동시들이 가득하다. 배우고 즐기면서도 간간히 생각을 더듬게 만드는 안도현 표 동시의 향연 속에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 또한 무릎을 치며 삶의 참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시대 서정시인 안도현의 첫 동시집

안도현은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서울로 가는 전봉준』, 『그대에게 가고 싶다』등 다수의 시집과 『연어』,『짜장면』,『증기기관차 미카』등의 동화 등을 펴내며 평단의 호평과 독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아온 시인이다. 안도현의 시편들은 이미지와 운율이 대등한 무게로 미학적 균형을 이루고 삶의 진리와 감성을 서정적으로 담아내기로 유명하다. 시인 박덕규의 말에 따르면 안도현은 시를 가지고 참 오래도록 즐겁게 놀았던 소년이었다고 한다. 안도현의 시에 깃든, 많은 이들의 마음을 물들이는 따스함과 서정성은 시와 더불어 살아온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순수와 열정에서 비롯된 듯하다. 어릴 적 동시집 대신에 진달래꽃, 뻐꾸기 소리, 올챙이, 물수제비와 저녁별을 벗 삼아 놀다가 잠들곤 했다는 소년의 시심(詩心)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이번 동시집에도 친근한 사물과 자연에서 길어낸 삶의 이치를 자연스레 전하는 재미나고 아름다운 동시들이 가득하다. 문학 작품을 공부처럼 버거워했던 어른, 아이 모두 한바탕 놀이를 한다는 기분으로 마음을 열고 이 동시집을 펼치는 순간, 자연과 사물의 이치를 재미난 언어로 전하는 안도현의 동심 세계를 만끽할 자격은 충분하다. 배우고 즐기면서도 간간히 생각을 더듬게 만드는 안도현 표 동시의 향연 속에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 또한 무릎을 치며 삶의 참 가치를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
『탄광 마을 아이들』, 『전학 간 윤주 전학 온 윤주』, 『내 이름은 개』등에서 어린이의 내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삽화를 그려온 정문주의 아기자기하고 따사로운 스케치가 안도현의 동시에 정감을 더했다.




사물과 말로 놀면서 절로 깨치는 자연의 섭리와 이치

안도현의 첫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은 1부 ‘위층 아기’, 2부 ‘야옹, 하고 소리를 내봐’, 3부 ‘하늘 위의 창문’, 4부 ‘우리 마을 공터에 놀러온 귀신 고래’ 등으로 나뉜다. 동시집 전편에 걸쳐 안도현 시인은 시어 자체를 시적 대상으로 삼고 해체하거나 다시 조합하는 말놀이를 보여주면서 사물의 이름과 뜻을 함께 깨치는 아이의 심성을 담아낸다. (「쇠똥구리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130쪽), 「풋살구」(22쪽) 등) 특히 4행시를 은근슬쩍 5행시로 바꾸어 의미를 살리고 밉지 않게 억지를 부린 「배꼽시계」처럼 재치 있는 조어법도 안도현 시인의 특장이다.

(배) 배가 고프니? / (꼬) 꼬르륵꼬르륵 / (ㅂ) 밥 먹어야 할 / (시) 시간이라고? / (계) 계산 하나는 잘하네 (「배꼽시계」, 129쪽)
호호호호 호박꽃 / 호박꽃을 따버리면 / 애애애애 애호박 / 애호박이 안 열려 / 호호호호 호박전 / 호박전을 못 먹어(「호박꽃」, 14쪽)

또한 일상생활이나 자연의 변화 등 사물의 외적인 상태를 제재로 삼기도 하고 (「수박 한 통」(36쪽),「쉼표」(82쪽) ) 자연에 깃든 생명의 질서와 복잡한 세상살이에 내재한 이치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뻐꾸기」(20쪽)에서는 ‘뻐꾹’이라는 각운으로 인해 운율이 재미나게 살아나고, ‘남의 둥지에 알을 낳지 않았다’며 찾아보라고 시치미 떼는 뻐꾸기를 대하며 독자는 웃음을 머금게 된다. 소리를 내다가도 인기척을 느끼면 조용해지는 풀벌레의 생리를 섬세하게 잡아낸 「풀벌레 소리」(40쪽)등은 같은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시이다. 「위층 아기」(24쪽)는 현상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아이들의 본성을 길어 올리는 시인의 놀라운 감각을 보여준다.


쾅쾅쾅쾅 뛰어가면 / 그렇지, / 일곱 살짜리일 거야 // 콩콩콩콩 뛰어가면 / 그렇지, / 네 살짜리일 거야 (「위층 아기」)



시의 들판에서 펼쳐진 함께하는 세상

안도현의 동시가 더욱 의미 깊게 다가오는 이유는, 동심을 노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와 이웃, 대자연이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어른이 될 수밖에 없는 아이라는 개인은 서로 위하고 감싸야 할 가난한 이웃과 가족, 자연의 소중함을 서서히 깨닫는다. 엄마가 입던 스웨터가 걸린 옷걸이 위에 걸쳐진 아버지의 남방을 보면서 아빠가 엄마를 살며시 껴안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도 하고 (「사랑」, 112쪽), 군인 아저씨가 썼을 때는 용감해 보이다가 지하도 계단에서는 동전이 담기는 모자(「모자」, 126쪽)에서 슬픔을 읽는다. 나와 함께 가려고 밤새 신발장 안에서 기다린 신발(「신발」, 116쪽), 개구리가 뛰어들면 팔을 벌리고 덥썩 안아주는 연못(「개구리」, 18쪽), 이미 털양말을 벗어서 봄눈에 앞발이 시릴 산토끼(「어쩌나」, 38쪽)등 사물에 정과 연민을 느끼면서 아이는 따스한 정서를 키워간다. 특히 이파리 떨어지는 살구나무를 보면서 할머니처럼 아프다고 걱정하는 내용의 시 「살구꽃 지는 날」(56쪽) , 이사 가는 날 액자를 떼어낸 흰 자리를 보며 첫 마음을 떠올리는「처음처럼」(115쪽) 등은 어른에게도 가슴 뭉클한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이렇듯 자라난 주변의 사물과 가족, 이웃에 대한 애정은 자연과 환경에 대한 염려로 확장된다. 쓰레기가 쌓여 가는 공터의 모습을 ‘귀신 고래’에 비유하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담은 「우리 마을 공터에 놀러 온 귀신고래」(110쪽), 온전히 존재해야 할 자연이 사라져가는 아쉬움을 묘사한 「쇠똥구리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130쪽) 등에서는 현대사회의 생태계 파괴를 비판하는 안도현의 의도가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시인은 이에 머물지 않고 사소한 것에서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힘을, 새롭게 생성되는 자연의 생명력을 만난다. 늘 심심해서 울고 싶었던 아파트 옆 공터는 할아버지가 흙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자 간지러움을 탄다. 참다못해 웃음을 터뜨리고 푸른 혓바닥을 내미는「공터」(58쪽). 소외된 사람들, 폐허가 된 땅 등 그 모두가 새로운 생명의 들판에서 우리와 함께할 수 있음을 확인해주는 시가 안도현의 동시이다.
동시를 쓰면서 어린이로 돌아갈 수 있었고, 이름을 붙여줘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고 행복했다는 안도현 시인. 회색 도시에서 살아가는 어린이들이 이 동시집을 읽으며 상상 속에서라도 진달래꽃을 따먹고 뻐꾸기 소리를 듣고, 올챙이 뒷다리 나오는 것을 지켜보고, 때로 강물 위로 물수제비를 뜨거나 저녁별을 바라보다가 잠이 들었으면 좋겠다던 시인의 바람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 옆 공터는
심심해서 울고 싶었지
올봄에 할아버지가
흙을 일구기 전까지는 말이야

할아버지가 괭이로 땅을 파헤치자
지렁이들이 꼼틀꼼틀,
땅강아지들이 엉금엉금,
공터는 옆구리가 마구 간지러웠어
할아버지는 씨앗을 뿌렸어
상추
쑥갓
옥수수
고구마
강낭콩

참을 수 없었지, 공터는
간지러움을 참다 못해
그만 웃음을 터뜨렸어
저것 좀 봐, 저것 좀 봐
공터가 혓바닥을
푸른 혓바닥을
날름날름 내밀고 있잖아

- 「공터」

안도현_1961년 경북 예천에서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리운 여우』 『바닷가 우체국』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등을 출간했다. 그밖에도『연어』,『짜장면』,『증기기관차 미카』와 같은 동화, 『만복이는 풀잎이다』를 비롯한 여러 권의 그림 동화, 그리고 어린이들이 읽는 전기 『전봉준』을 쓰기도 했다.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수문학상을 받았으며 우석대 문예창작학과에 재직 중이다.

 

정문주_1965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상명대학교를 졸업했다. 『툭』, 『탄광 마을 아이들』, 『나의 비밀 일기장』, 『전학 간 윤주 전학 온 윤주』, 『걱정쟁이 열세 살』, 『내 이름은 개』등의 책에서 밝고 따뜻한 삽화들을 그렸다. 현재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제1부 위층 아기

호박꽃 14
나만의 비밀 16
개구리 18
뻐꾸기 19
풋살구 20
호랑이 동무 22
위층 아기 24
장마 26
참새들 28
수박 한 통 30
소나기 32
밤눈 34
눈 위의 발자국 36
붕어 37
어쩌나 38
풀벌레 소리 40


제2부 야옹, 하고 소리를 내봐

야옹, 하고 소리를 내봐 44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46
농촌 아이의 달력 50
황소와 백로 52
기쁜 날 54
살구꽃 지는 날 56
공터 58
감자꽃 60
옛날에는 61
순서 62
여치집 66
뻐꾹새와 소쩍새 70
가을이발관 72
연어가 돌아오는 날 74
시월 76
눈 오는 날 78


제3부 하늘 위의 창문

쉼표 82
눈사람 84
밤 벚꽃 85
올챙이 86
조개껍질 줄무늬 88
딱새와 싸리나무 90
장맛비 91
시냇물의 손 92
백담사 물소리 94
포도밭 도둑 96
억새 97
가을밤 98
하늘 위의 창문 100
눈 102


제4부 우리 마을 공터에 놀러온 귀신고래

남자애들 길들이기 106
다리 108
배 아픈 엄마 110
사랑 112
처음처럼 114
신발 115
나는 안 울어 116
김치 118
우리 마을 공터에 놀러온 귀신고래 120
물팔매 121
배를 그리는 법 122
자루 속의 뱀 124
모자 126
물팔매 128
배꼽시계 129
쇠똥구리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 130


해설
박덕규
시 놀이하는 우리들의 들판 133

 ‘동시 활짝 피었네’ 안도현·도종화·김기택 등 동시집 ―― 한윤정 기자, 경향신문(2007. 04. 01.)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外 ―― 윤석빈, 정석만 기자, 소년한국일보(2007. 04. 01.)
 ‘나무 잎사귀 뒤쪽마을’ ―― 김진경 기자, 동아일보(2007. 04. 01.)
 연탄재 시인이 들려주는 숲의 노래 ―― 김윤덕 기자, 조선일보(2007. 03. 30.)
 따뜻한 동심…재기발랄한 언어 ―― 조용호 기자, 세계일보(2007. 03. 30.)
 안도현 첫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 장병욱 기자, 한국일보(2007. 03. 30.)
 안도현 첫 동시집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호박꽃 따면…” ―― 정철훈 기자, 국민일보(2007. 03. 30.)
 그의 몸 속에는 ‘동시 발전소’가 있나 봐 ―― 최재봉 기자, 한겨레(2007. 03. 29.)
 안도현 첫 동시집 '나무 잎사귀‥' ―― 이준삼 기자, 연합뉴스(2007. 0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