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담쟁이 문학교실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용악 (2004)

실천문학 2013. 8. 1. 11:47

 

 

 

 

 

  

 

 

수많은 명편으로 우리 시사에 뚜렷한 획을 그었음에도 분단시대의 문학사 속에서 잊혀진 존재였던 이용악. 청소년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이용악 시의 전모와 특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반가운 책이 출간되었다.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의 역사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토대를 마련한 이용악 시의 진면모를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유익한 글

현란하고 자극적인 말과 글에 길들여져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주옥 같은 우리 글을 소개하고자 실천문학사와 현직 교사들이 함께 기획 편찬하는 ‘담쟁이 문학교실’ 열한번째 권이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는 그동안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리 시 100』, 『선생님과 함께 읽는 우리 소설』, 『선생님과 함께 읽는 김소월』, 『선생님과 함께 읽는 한용운』 등이 편찬되어 일선 교육현장에서 꾸준하게 사랑받아왔다.

이 책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용악』은, 분단으로 인해 오랫동안 잊혀져왔으나 근래에 다시금 활발하게 주목받고 있는 시인 이용악을 다루어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청소년들이 접하기 어려웠던 이용악 시의 전모와 특징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반가운 책이 되리라 생각된다.


서사와 서정을 제대로 접목할 줄 알았던 뛰어난 시인 이용악

1930년대 후반의 조선 시단에서 서정주, 오장환과 더불어 시삼재(詩三才)라 꼽혔던 시인 이용악! 「북쪽」, 「낡은 집」, 「오랑캐꽃」, 「전라도 가시내」, 「오월에의 노래」 등 수많은 명편으로 우리 시사에 뚜렷한 획을 그었음에도 이용악은 오랫동안 분단시대의 문학사 속에서 잊혀진 존재였다. 냉전시대의 논리로 생성된 한국문학 금기로 인해 잊혀져왔던 이용악 시인의 진면모는, 근래 해방공간의 한국시사를 온전하게 되살리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새롭게 주목받아왔다.

이용악 시인은 북방을 떠돌던 장사치의 아들로 태어난데다 밑바닥 노동자 생활을 거침으로 해서 사회적 약자와 망국민의 설움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자연스레 민족주의적 성향을 띠게 되었으며,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의 역사를 시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탁월했다.
이용악은 누구보다도 현실과 시가 관계맺는 방식을 잘 알고 있었고, 서사와 서정을 제대로 접목시킬 줄 아는 뛰어난 시인이었다. 특히 만주나 러시아로 떠돌던 유이민들의 비참한 모습을 시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민족시의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그는 ‘이야기시’라는 형식 속에서 이야기적인 배경과 시적 주인공이라는 장치를 통해 삶의 구체적 현장성을 노래하는 한편, 절제되고 진솔한 목소리 속에서도 서정성을 잃지 않았다. 또한 이용악의 시는 구체적 삶의 현장에 시의 뿌리를 내리되,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더 나은 현실을 모색한다. 이렇듯 일제 강점기를 산 당대 민중들의 비참한 삶을 증언하면서도, 비탄에 빠지지 않고 따뜻한 연민으로 감싸안은 이용악의 시는 오늘날에도 소중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은 제1부에 첫 시집 『분수령』(1937), 제2부에 두번째 시집 『낡은 집』(1938), 제3부에 세번째 시집 『오랑캐꽃』(1947), 제4부에 네번째 시집 『이용악집』(1949)에 수록된 시를 실어 이용악 시 전체를 조망해볼 수 있다. 교사이자 시인인 박일환 선생이 시 한 편 한 편마다 다감한 해설을 덧붙이고, 지금은 잘 쓰이지 않는 옛말에는 낱말풀이를 달았다. 청소년들이 이용악 시인과 시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귀한 쓰임을 받기를 바란다.


 

이용악

이용악은 1914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태어났다. 1935년 『신인문학』 3월호에 「패배자의 소원」을 발표하며 문단에 나왔다. 『중앙신문』 기자, 『문화일보』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조선문화건설본부, 조선문학가동맹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1949년 8월 경찰에 체포된 후 10년 형을 선고 받아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되었다가 1950년 6·25 전쟁 중 인민군에 의해 출옥된 뒤 월북하였고, 1971년 폐병으로 작고하였다. 1937년 첫번째 시집 『분수령』을 시작으로 『낡은 집』(1938), 『오랑캐꽃』(1947), 『이용악집』(1949) 등을 펴냈으며, 1957년 북한의 조선작가동맹출판사에서 『리용악시선집』을 펴냈다.


박일환

1961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현재 구일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종합문예지 『작가들』의 기획위원이자 청소년 문예지 『푸른작가』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2년에 제4회 전태일문학상 단편소설 부문을 수상했으며, 1997년에는 『내일을 여는 작가』에 시 추천을 받았다. 『우리말 유래사전』을 펴낸 바 있으며, 시집으로 『푸른 삼각뿔』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