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란 무엇인가, 시인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시인 도종환 선생님과 함께 시 읽기, 시 쓰기, 곧 시인 되기의 중심으로 들어가보자. 수록된 시는 아름답고 보배로워 본이 될 만하고, 따뜻한 설명은 선한 길잡이다. 선생님의 손을 잡고 시의 마당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시인이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제는 기교와 기법만이 아니라 '시인의 눈과 마음'이라는 시의 본질을 익혀보자.
아름다운 언어를 모아
별빛 같은 시를 쓸 수 있다면……
시 쓰기는 어렵다. 시가 이야기하는 바는 결국 삶인데, 그 삶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좋은 시란 그 난해한 삶을 이해하게 하고 고단한 삶에 감동을 주는 시일 것이고, 시창작 수업이란 이런 시를 쓸 수 있도록 돕는 수업일 것이다. 아니, 먼저 시인 자신이 삶을 이해하고 감동하도록 하는 수업일 것이다.
중견시인 도종환의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창작교실』은 이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기존의 시창작 교과서가 대개 문예창작과 학생을 대상으로 하여 시 쓰기의 기법을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이미지와 비유, 어조와 시의 구조, 상징과 알레고리 등에 대해 설명하거나 문예이론을 가르치는 것에 주력했던 데 비해, 이 책이 의도하는 바는 [시다움], [시인 됨]의 본질을 독자 스스로 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시란 무엇이며, 시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을 사랑과 꽃과 별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풀어나간다. 이렇게 시작한 수업이 자연스럽게 시의 질서와 표현, 어조와 미적 거리 등에 관한 논의로 이어지는 것이다.
서술 수준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어서 고등학생 이상이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하여 이 책이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대학에서 시창작론을 강의한 바 있는 저자는 청소년뿐 아니라 대학의 문예창작과 학생, 문화센터의 시창작 강좌 수강생 등, 시 쓰기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 및 예비 시인들을 염두에 두고서 이 책을 집필하였다. 말하자면 시창작 수업을 위한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을 터인데, 교과서가 지닐 수밖에 없는 다소 설명적이고 분석적인 언어 사이에 오히려 그보다 많은 미려한 산문이 마치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듯 즐거움을 자아낸다. 그리고 그 설명들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세상을 향한 저자의 선한 마음이며, 독자인 예비시인을 인정하고 따뜻하게 배려하는 마음 씀이다.
또 하나 이 책이 지닌 강점은 정말 좋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인용하거나 예로 들어 보이는 120여 편의 수록시는 그다지 어렵지 않으면서도 독자에게 시의 모범을 보여준다. 우리 청소년들이 저자의 설명을 따라 이 시들을 읽으며 스스로 삶을 고민하는 훈련을 하다 보면 상당한 성취를 이루리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곧은 시인, 앞에는 아름다운 서정을, 뒤에는 굽힐 줄 모르는 의지를 두고 끝내 그것을 일치시키는 시인으로 불리는 도종환 시인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충북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충남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주성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이른바 동인지 문단시대로 불리던 1980년대 초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 등 5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7년 청산고등학교 교사를 시작으로 교사의 길과 시인의 길을 함께 걸어오던 시인은 1989년 전교조 활동으로 인해 해직되고 투옥되었으며, 1998년 해직 10년 만에 덕산중학교로 복직하여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몸이 아파 학교를 그만두고 보은군 내북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시 「어떤 마을」이, 고등학교 문학·국어교과서에 「흔들리며 피는 꽃」 등 여러 편의 시와 산문이 실려 있으며, EBS TV 〈도종환의 책과 함께 하는 세상〉의 진행을 맡기도 하였다. 시노래 모임 〈나팔꽃〉의 동인으로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는 일에 참여해왔다.
제8회 신동엽 창작기금, 제7회 민족예술상, 제2회 KBS 바른 언어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그동안 펴낸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 『당신은 누구십니까』,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배』,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모과』,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 교육에세이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이 있고, 어른을 위한 동화 『바다유리』가 있다.
현재 충북 보은의 흙집에 머물고 있으며, 투병 중임에도 자연 속의 일상에서 얻은 통찰을 시와 산문으로 형상화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그의 글과 근황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poem.cbart.org)에서 볼 수 있다.
첫번째마당 ‘못 하나’ 그 세부묘사의 진실성과 구체성을 보자
두번째마당 시는 감동하고 눈물 흘리는 삶의 얼룩에서 나온다
세번째마당 서러움 아닌 사랑이 어디 있는가
네번째마당 사랑 시는 삶의 길 찾기이다
다섯번째마당 정선의 <만폭동도> 속에 사람은 어디 있는가
여섯번째마당 시는 삶의 재현인가 표현인가
일곱번째마당 브라크의 그림을 보고 난해시를 이해하다
여덟번째마당 시를 쓰는 데도 차례가 있을까
아홉번째마당 꽃을 노래하지 않은 시인은 없다
열번째마당 져버린 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닌 줄 알았다
열한번째마당 시집을 가려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열두번째마당 팔십 년 전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라 썼다
열세번째마당 시의 미적 거리란 무엇인가
열네번째마당 어떻게 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을까
열다섯번째마당 눈으로 보고 쓴 시, 생각으로 쓴 시, 이야기 시
열여섯번째마당 시는 들리지 않는 소리도 표현할 수 있다
일곱번째마당 시에는 그 시에 어울리는 말투가 있다
열여덟번째마당 형식미를 알아야 시의 꼴을 갖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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