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양선/일반

보부아르 보부아르 (2005)

실천문학 2013. 8. 2. 10:37

 

 

 

 

 

 

 

 


20세기 여성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시몬에게는 800여 점이 넘는 그림을 남긴 여류 화가 동생이 있었다. 뛰어난 재능에 반항심이 강했던 시몬에 비해, 그보다 덜 알려지고 온순한 엘렌은 늘 언니의 그늘에 가려 영원한 ‘둘째’로 남게 된다. 사랑과 질투, 경쟁과 매혹, 정치적 갈등이 그들의 숨은 이야기들을 살찌운다. 상반되고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들 어머니의 생, 체념으로 일관하던 정숙한 여인들의 생과는 다른 생을 열렬히 욕망했다. 여성으로서, 예술가로서 존재하는 것, 이것이 보부아르 자매를 나란히 이끈 투쟁이었다.


20세기의 페미니스트 예술가인 두 여성의 매혹적인 이야기―『문학』
문학사를 위하여, 여성사를 위하여, 역사를 위하여 쓰임 받을 책―『리브로 에드보』
세계 속에 창조자로서 존재하고자 한 두 자매의 공통된 야심이 생생하게 드러난다―『마리 클레르』



“20세기 여성사 전문가 클로딘 몽테유,
그의 친구였던 보부아르 자매들, 시몬과 엘렌의 운명을 그리다”


시몬 드 보부아르와 동생 엘렌 드 보부아르는 몽파르나스 대로의 그들 집 발코니에서 유명해지기를 꿈꾼다. 하나는 금발에 다소곳했고 다른 하나는 갈색머리에 반항적이었다. 하나는 화가가 되고 다른 하나는 작가가 된다.

시몬은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장 폴 사르트르를 만났으며, 엘렌은 피카소의 호평 아래 첫 전시회를 연다. 제2차세계대전이 터지자 두 자매는 헤어진다. 엘렌은 리스본에서 사르트르의 제자 중 하나이자, 드골파이며 자유프랑스의 적극적인 수호자 리오넬 드 룰레와 결혼을 하게 되고, 포르투갈의 일상적인 정경을 포착한 일련의 그림들을 그린다. 점령 치하의 프랑스에서 시몬은 첫 소설 『초대받은 여자』를 발표한다. 두 자매는 창조의 소용돌이에, 냉전의 고통에 휘말린다. 시몬과 엘렌은 세계를 순회하고, 서로 엇갈리다 합류하고, 다시 헤어진다. 하나는 명성에 이르렀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열망하지만, 수많은 전시회에도 불구하고 그보다는 덜 알려지게 된다.
사랑과 질투, 경쟁과 매혹, 정치적 갈등이 두 자매의 세계에 가득하며, 그들의 숨은 이야기들을 살찌운다. 1968년 5월, 여성의 권리를 향한 투쟁이라는 모험 속에 그들은 다시 하나로 결합된다. 클로딘 몽테유는 거대한 문학작품을 남긴 한 사람과 8백여 점이 넘는 여권주의적 그림과 판화들을 남긴 이 두 특출한 여성들의 투쟁, 기쁨과 괴로움을 아주 가까운 자리에서 이야기한다. 이 책은 20세기의 페미니스트 예술가인 두 여성의 매혹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클로딘 몽테유는 동생도 언니만큼 단호하고 강한 여성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엘렌의 사생활은 시몬보다 인습적이기는 하였다. 그녀는 리오넬 드 룰레와 사랑에 빠져 그와 결혼하였고, 문정관으로 혹은 국제적인 관료로 일하는 남편 곁에서 여러 나라를 돌며 행복하고 평탄한 생을 영위하였다. 사르트르와 시몬은 그런 엘렌과 리오넬 부부를 ‘부르주아지’라고 못마땅하게 여겼고, 두 동서 간은 정치적 신념의 차이로 사이가 원만치 못하였다.

그러나 두 자매는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서로를 아껴주었다. 동생은 언니의 성공을(1954년 『레 망다랭』으로 공쿠르 상 수상), 언니의 명성을, 진심으로 축복하였다. 늘 언니를 지지하였으며, 특히 1980년 사르트르의 죽음을 맞았을 때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시몬은 동생의 그림을 좋아했고, 그의 동생이 전 세계에 걸쳐 전시회를 갖는 것을 기뻐하였다. 그리고 특히 그들을 가깝게 한 것은 바로 1970년대 초반부터의 페미니스트 투쟁이었다. 그 특별한 증인이 클로딘 몽테유이며, 이를 계기로 그 여자는 두 자매를 만나 그들과 마음을 튼 친구가 되었다.

이 책은 보부아르 자매의 생애에 대한 일차적인, 그리고 아주 직접적인 증언이다. 사르트르-보부아르 그룹에 녹아 있던 경쟁, 소인 근성에 대한 증언, 2001년 시몬보다 15년 뒤에 죽은 엘렌의 종말에 대한 증언, 시몬이 사르트르와 넬슨 알그렌에게 보낸 편지들이 간행됨으로 인해서 상처받은 엘렌의 비참하고도 감동적인 모습에 대한 증언이다. 저자는 그 자신이 여성운동의 투사로서, 그리고 두 자매의 친구로서 가치판단을 배제하고 조심스럽게 그리고 다소 단순하고 씩씩하게 생생한 현장을 증언함으로서 그들에 대한 환상을 넘어 진정한 통찰에 이르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 책에 묘사된 낙태법 개정을 위한 투쟁은 낙태가 아무런 투쟁도 고민도 없이 이루어지는 우리 현실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놀라운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침묵의 법칙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차라리 스캔들을 선택하여 거리투쟁과 선동, 도발도 불사하는 페미니스트 전략의 이벤트적인 에피소드들도 흥미롭다. 그러나 지나간 시대의 프랑스 여성운동의 초기 모습에서 인상적인 것은 페미니즘 형성 단계의 투쟁과 각성을 그리고 있음에도 지금의 우리 현실에서 여전히 유효한 과제들을 발견하게 된다는 점인데, 예컨대 매맞는 여성을 위한 투쟁이라든가(194쪽) 여성의 자기 몸에 대한 각성을(184쪽) 볼 수 있는 것이 그러하다.


 

역사가이자 전기작가인 클로딘 몽테유(Claudine Monteil)는 1970년부터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고, 시몬과 엘렌의 가까운 친구로서 그들의 생애, 그들의 작품, 그들의 관계, 그들의 공통투쟁의 증인이 된다. 특히 여성 평등을 위한 투쟁사, 페미니스트 운동사 전문가인 클로딘 몽테유는 『시몬 드 보부아르, 여성운동, 반항적인 소녀의 회고록』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생애와 작품을 연구한 바 있다. 그녀는 또한 ‘사르트르-보부아르’ 커플의 소설적인 전기 『자유의 연인들』의 지은이기도 하며, 이 책은 그동안 여러 나라 말로 번역․간행되었다.
클로딘 몽테유는 열정과 성실함으로 그다지 얌전하다고 할 수 없는 이 두 소녀의 내밀한 이야기를 복원하였다. 이 책은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문학사를 위하여, 여성투쟁사를 위하여, 간단히 말한다면 역사를 위하여, 쓰임받을 것이다. 지은이는 현재 프랑스와 외국에서 두 작가와 두 자매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다.


 

머리말
제1장 얌전한 두 소녀
제2장 자유
제3장 성취
제4장 여성의 대의
제5장 레 망다랭의 황혼
제6장 곡스빌러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자매는 틀에 박힌 세상을 거부했다


하나는 갈색머리에 반항적이었고 하나는 금발에 다소곳했다. 하나는 20세기 문학사와 여성운동사에 걸출한 족적을 남긴 작가가 되었고, 하나는 800여 점이 넘는 그림을 남긴 여류 화가가 되었다.

장 폴 사르트르와의 계약 결혼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시몬 드 보부아르(1908∼1986)와 동생 엘렌 드 보부아르(1910∼2001). 뛰어난 재능에 반항심이 강했던 시몬에 비해,온순한 성격의 엘렌은 늘 언니의 그늘에 가려진 영원한 둘째였다. 그러나 상반되고 미묘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자매는 남성적 권위에 눌려 평생을 한숨과 체념으로 살았던 어머니 시대의 여성관을 부정하며 열렬한 생을 욕망했다. 프랑스의 페미니스트 사학자인 클로딘 몽테유는 자신의 친구이기도 한 보부아르 자매의 운명을 통해 지금 우리 현실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페미니즘적 각성과 여성 운동에 대한 진정한 통찰에 이르는 단초를 제공한다.

파리의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시몬은 고등학교 때 이미 세계 속에 창조자로 존재하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냈다. “나의 첫째 가는 행복은 이른 아침,제일 먼저 푸른 초원이 깨어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었다. 잔걸음으로 걸으며 나는 책을 읽었고 대기의 서늘한 기운이 부드럽게 살갗에 와닿는 것을 느꼈다. 세계의 아름다움과 신의 영광을 나는 홀로 감당하고 있었고,그리고 위장 깊숙이에는 초콜릿과 구운 빵의 매혹이 있었다.” 시몬은 자신의 내면에 깃든 언어들을 잉크로 기록했다.

아버지가 어머니를 무시하고 빈정대거나 비난을 퍼붓는 광경을 보면서 성장한 시몬은 부르주아 사회의 위선적이고 획일적인 도덕과 가치관에 강한 회의를 품으며 이렇게 결심한다. “나의 인생은 다른 것이 되리라.”


세계적 작가와 화가로 명성 날렸던 보부아르 자매의 일생
남다른 우애와 대조적 성격차로 인한 갈등 생생한 증언
이들과 함께한 작가 경험 바탕으로 숨겨진 에피소드 소개



시몬은 자신이 쓴 습작 소설을 엘렌에게 읽어줬고 엘렌은 거기에 맞춰 삽화를 그렸다. 엘렌은 곧 위대한 화가들의 역사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엘렌의 열정은 언니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했다. 고등학교 졸업반 때 루브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엘렌은 이후 물감과 붓의 세계로 몰입했지만 뒷날 그녀는 스스로 털어놓았듯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이에 비해 시몬은 소르본 대학 시절에 이미 생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고자 결심했다. “모든 경계와 모든 구분을 부정할 것,자신의 계급으로부터 빠져나올 것. 이러한 지령들은 나를 전류처럼 뚫고 지나갔다. 나는 열에 들뜬 듯 집으로 돌아왔다. 내 자신을 넘어서 나는 한 드높은 목소리를 들었다. ‘나의 삶은 복무하여야 한다! 내 삶에서 모든 것은 쓰여야 한다.’”

시몬은 철학교수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사르트르를 만났으며,엘렌은 피카소의 호평 아래 첫 전시회를 연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두 자매는 헤어진다. 리스본에서 사르트르의 제자이자 외교관이었던 리오넬 드 룰레와 결혼한 엘렌은 세계를 순회하며 전시회를 열지만 언니만큼의 명성을 얻지 못했다. 이후 시몬과 엘렌은 서로 합류하고,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시몬과 사르트르는 안락하고도 평탄한 생을 영위하는 엘렌과 리오넬 부부를 ‘부르주아지’라고 못마땅하게 여겼고,두 동서 간은 정치적 신념의 차이로 사이가 원만치 못하였다.

그러나 피는 자유보다 진한 것일까. 두 자매는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서로를 아껴주었다. 계약 결혼은 혈연의 가족이 아니라 자유에 입각한 진정한 가족을 선택하는 일종의 자유 행위였지만 저자는 시몬과 사르트르 사이에도 끊임없이 기존의 혈연이 개입하는 것을 보여준다. 사르트르와의 관계 조차 심드렁해진 쉰 다섯살의 시몬은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동생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다. “어스름한 빛 속에서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내 묵은 회한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나는 내 청소년기에 단절되었던 대화를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완전히 꺼져버렸다고 믿었던 옛날의 다정함이 되살아났다.”

동생은 언니의 성공(1954년 ‘레 망다랭’으로 공쿠르 상 수상)과 언니의 명성을 진심으로 축복했고 늘 언니를 지지했다. 특히 1980년 사르트르의 죽음을 맞았을 때는 큰 힘이 되어주었다. 시몬도 엘렌의 그림을 좋아했고,엘렌이 전 세계에 걸쳐 갖는 전시회를 보고 크게 기뻐했다. 1986년 4월 14일 사망한 시몬의 장례식에서 엘렌은 흐느끼며 중얼거린다. “칠십육년동안 나를 보호해 주었는데 이제 나는 어떡하란 말인가?”

파리 몽파르나스 대로변의 집 발코니에서 유명해지기를 꿈꾸던 두 자매의 일생에는 사랑과 질투,경쟁과 매혹,정치적 갈등이 숨은 그림처럼 박혀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매력은 1970년대 초반부터 시몬과 함께 페미니스트 투쟁을 벌인 저자가 1인칭 화자로 등장해 보부아르 자매에 대한 특별한 증인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1년 엘렌의 장례식에서 돌아온 저자는 땅 속에 묻힌 두 자매를 다시 생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강한 욕구로 글을 쓰기 시작한다. “멀어져 가면서 나는 시몬과 엘렌이 내게 물려준 힘을,살아가는 힘을 생각했다. 함께한 순간들이 다시 떠올랐고 묘지에서 떠나오기 전 내가 완수해야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시몬과 엘렌은 사라졌으나 나는 그들을 다시 생으로 데려오고자 하는 욕구를 느꼈다. 이튿날 새벽,나는 글쓰기를 시작했다.” 전기의 시작을 알리는 글이다(클로딘 몽테유·실천문학사·서정미 옮김·9500원).

--국민일보 정철훈 전문기자 c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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