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활발한 현장비평 활동으로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고명철의 세번째 평론집이다. 저자는 작금의 비평이 이론의 성채에 갇힌 채 삶의 진실에 육박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진단하며, 시퍼런 칼날 위에 서는 비평을 통해, '비평의 신명'을 회복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힌다. 비평계 안팍에 대한 비판적 성찰, 민족문학(론)의 갱신을 위한 모색 등 치열하고 정직한 글쓰기로 독자들과 대면한다.
제11회 고석규비평문학상 수상 도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비평, 칼날 위에서 추는 신명난 춤
칼날 위에 위태롭게 서서 격정적으로 혹은 완만하게 펼쳐놓는 무녀의 신명난 춤사위. 곡절 많은 우리네 인생, 그 영육에 어혈진 것들을 풀어헤쳐, 구경꾼을 자유로운 해우(解憂)의 경지로 인도하는 무녀의 춤사위에서 젊은 평론가 고명철은 비평의 이상적인 모습을 본다. 그러나 저자가 보기에 작금의 비평은 이론의 성채에 갇혀 삶의 진실에 육박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비평이 스스로를 비평의 대지로부터 소외시킴으로써 독자와 작가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이다.
저자는 크게 4부로 구성된 이 평론집에서, 비평이 시대의 시퍼런 칼날 위에 서려 하지 않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스스로 위태로운 칼날 위에 섬으로써 비평의 신명을 회복하고자 한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
1부 「비판적 성찰, 그 매혹의 풍경들」은 비평 안팎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한 글들로 엮였다. 저자는 ‘비평의 신명은 바로 비판적 성찰에 연원을 두고 있다’고 밝히며, 비판다운 비판이 실종된 현 비평계 풍토를 과감하게 비판․성찰한다. 추문과 풍문으로 얼룩진 한국의 대표적 비평상들에 과감히 매스를 들이대는가 하면, 전경린의 일련의 소설들에 과잉으로 퍼부어진 문학적 찬사들을 걷어내며 전경린 소설에 감추어진 가치를 찾아내기도 한다. 특히, 근래 들어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한국 문단을 평정하고 있는 김훈 소설을 전면적으로 검토한 글에서 ‘김훈적 문체’와 ‘김훈적 문학관’이 지니는 공허함을 짚어내는 솜씨는 가히 치밀하고도 놀랍다 할 것이다. 이어 기초예술로서 문학이 가치와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짚어낸 글과, 하나둘 지역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문학기념관들이 지역의 ‘문화적 진지’로서 구실할 것을 촉구한 글도 눈여겨볼 만하다.
2부 「민족문학의 갱신을 위한 고투」에 실린 글들은 말 그대로 민족문학의 갱신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문학들을 대상으로 한 글이다. 1990년대 이후 민족문학(론)은 급격히 위축되었고, 한쪽에서는 탈민족 담론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분단은 여전히 한국 민족이 처한 현실인바, 민족문학의 갱신은 곧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민족의 통일을 꿈꾸며 나아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문학적 실천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민족문학론의 뿌리와 줄기를 이뤄온 백낙청과 염무웅의 민족문학론을 비판적으로 검토 점검하며 민족문학(론)의 새 활로를 찾고, 각 지역마다 창작․소통되고 있는 지역문학의 현주소를 살펴봄으로써 ‘민족문학의 위기’란 말은 그저 담론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현실을 바로 보자면 지역 작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들이 활발히 창작되고 있으니, 이것이 곧 민족문학의 살아 있는 창조 동력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이어 베트남전쟁을 다룬 일련의 소설들과 미국의 전횡적 힘에 대항하는 우리 소설을 논한 평론 역시, ‘민족문학의 갱신’이라는 문학적 화두와 맞물려 전개된다. 저자는 특히 민족문학의 새로운 전망이 ‘안과 밖’을 동시에 가늠할 수 있는 겹시선에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한다. ‘민족문학=일국적 문학’이라는 협소한 이해를 벗어나야만, 영미권 중심의 ‘세계문학’이 아닌 제대로 된 ‘세계문학’의 지평을 개척하며 민족문학의 원대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민족문학의 갱신을 모색하기 위해 저자가 노력하는 데에는 ‘지금 이곳’의 민중의 삶에 대한 지극한 애정이 있다. 그것은 민중에 대한 관념적 이해의 틀을 거두고 민중의 삶을 향해 저공비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비평 글들을 3부 「민중의 삶을 향한 저공비행」에 담았다. 1990년대 이후 씌어진 민중시의 흐름과 지형을 종합적으로 탐색했고, 송기숙 정도상 이명랑 안재성 박병례 한성탁 작가 들의 소설론이 엮여 있다.
마지막 4부 「생의 칼날 위에서」는 고단한 삶의 상처를 감싸안는 우리 시대의 문학에 관심을 둔 글들을 묶은 것이다. 저자는 문학이 삶의 상처에서 비롯되듯 그 상처를 감싸안는 것이 문학의 숙명이라고 전제하며, 생의 깊은 상처를 정직하게 대면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고명철
1970년 제주에서 태어나 성균관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비평사와 소설 연구를 하고 있다. 1998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변방에서 타오르는 민족문학의 불꽃―현기영의 소설세계」가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반년간지 『비평과전망』 및 계간 『리토피아』의 편집위원으로서 왕성한 현장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젊은작가포럼’ 위원장 일을 맡고 있다. 저서로 『‘쓰다’의 정치학』, 『비평의 잉걸불』, 『1970년대의 유신체제를 넘는 민족문학론』,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공저), 『한국소설 읽기의 열 두 가지 시각』(공저), 『한국현대시문학사』(공저) 등이 있다.
차례
책머리에 / 7
제1부 비판적 성찰, 그 매혹의 풍경들
추문과 풍문으로 얼룩진 비평상 / 17
비평이여, 문학의 대지에 굳건히 발을 디뎌라
―최근의 소설비평에 대한 비판적 성찰 / 36
정념에 나포된 마성과 귀기
―전경린의 소설에 대한 비판적 성찰 / 55
개별화의 마성은 공허하다
―김훈소설에 대한 비판적 성찰 / 77
‘사회적 인프라’로서 ‘기초예술-문학’의 가치 / 101
지역의 ‘문화적 진지’로 구축되어야 할 문학기념관 / 113
제2부 민족문학의 갱신을 위한 고투
민족문학‘운동’으로서의 실천적 비평
―백낙청의 민족문학론에 대해 / 135
염무웅 비평의 매혹, 이론과 현실의 밀착 / 164
‘환(幻)’의 세계를 위반하는 진보적 문학 / 178
지역의 탈중심성이 지닌 민족문학의 창조적 동력 / 188
화마의 섬에서 평화의 섬으로 가는 길
―국가폭력 인정 이후의 4·3문학 / 208
베트남전쟁 소설, 기억과 망각의 변증법
-베트남전쟁 소설의 전개 양상을 중심으로 / 232
미국의 전횡적 힘의 논리를 전복시키는 우리 소설 / 257
박정희 시대의 아킬레스건을 겨냥한 필화 작품 / 280
―남정현과 양성우의 작품을 중심으로
생동하는 문학의 화두, 민족문학의 갱신 / 303
제3부 민중의 삶을 향한 저공비행
민중시의 강인한 생명, 그 잉걸불의 마력
―1990년대 이후 민중시의 지형도 탐색 / 315
누가, 민족문학에 침을 뱉는가
―송기숙의 『들국화 송이송이』 / 334
속악한 세계를 위반하는 '누망(縷望)'
―정도상의 『누망』 / 345
비루함을 통해 비루함을 넘는 시장통의 삶
―이명랑의 『삼오식당』 / 355
야만의 현실 너머에 출렁이는 황금이삭
―안재성의 『황금이삭』 / 361
삶의 그루터기에 깊게 팬 상처
―박병례의 『쑥 캐는 불장이 딸』 / 369
늘 피곤한 인간들의 반란
―한성탁의 『전화번호부』 / 387
제4부 생의 칼날 위에서
근대의 전횡적 질서를 내파하는 이야기꾼-이기호론 / 403
젊은 문학인들의 불교적 사유에 대한 밑그림 / 420
생의 지독한 혹은 아름다운 상처들 / 436
한 '깊이주의자'가 파놓은 비평의 구멍―송상일의 비평세계 / 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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