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양선/일반

비평의 모험 (2005)

실천문학 2013. 8. 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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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각종 문예지, 학회지를 통해 활발히 비평활동을 해온 소장 문학평론가 오창은의 첫 평론집. 총론이 부재한 시대에 ‘문학의 지도그리기’를 시도하겠다는 당찬 포부로 책의 서문을 열고, 한국문학의 뼈대를 이루는 중진작가들부터 유쾌한 상상력이 빛나는 젊은 작가들까지 두루 넘나들며 패기 넘치는 비평의 세계를 펼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선정 우수문학도서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각종 문예지, 학회지를 통해 활발히 비평활동을 해온 소장 문학평론가 오창은이 첫 평론집 『비평의 모험』(실천문학사)을 상재한다. 평론집 제목에는 스스로의 비평행위가 “끊임없는 정신의 모험을 실천하는 문학비평”이기를 다짐하는 각오가 깃들어 있다.

이 책은, 현재 한국문학의 큰 흐름을 더듬어 ‘문학의 지도그리기’를 시도한 총론격의 1부, 중진작가들의 새로운 문학적 모험을 살펴본 2부, 발랄한 상상력으로 한국문학의 전환기를 이끌고 있는 젊은 작가와 작품을 다룬 3부, 메타비평을 통해 문학제도와 문학담론을 점검한 4부로 구성되어 있다. 더불어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2000년 이후의 소설 작품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어, 현재의 한국문학을 일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의 구성과 내용

총론 부재의 시대, 문학의 지도를 그리러 떠나는 ‘비평의 모험’

1부의 첫 글 「사적 자유의 가면과 ‘힘’의 문학」에서는 ‘사적(私的) 자유’와 ‘사회적(社會的) 자유’의 관련성을 긴밀히 살펴본다. 저자는 1990년대 문학의 한 특징을 사적 자유가 과잉된 ‘내성의 문학’이라 명명하고, 이러한 경향이 종내는 손쉽게 ‘세계와의 소통 불가능성’이나 ‘닫힌 미학주의’로 귀결되었음을 밝힌다. 더불어 이러한 문학작품․문학담론 중 일부가 상업주의와 결부되면서,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 유폐된 댄디적 자아, 허무주의, 불륜의 낭만화가 바이러스처럼 번지기 시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닫힌 사적 자유가 지닌 불구성에 대한 비판은, 사회적 자유에 대한 의미 부여로 이어진다. 저자가 의미하는 바의 사회적 자유란 곧 공론 영역의 활성화를 지향하는 것이고, 공동체의 운명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1997년 IMF 이후의 한국문학계의 동향에 대해 섬세하게 추적하고 있는데, 사회적 자유와 현대 사회의 빈곤문제를 결합해서 논의한 부분, 예컨대 정이현, 천운영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죽음 모티프가 ‘작가의 정신적 도덕적 분열’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이나 윤성희, 배수아의 소설을 통해 현대의 빈곤문제가 ‘고립과 배제’를 특징으로 함을 추적하는 것 등이 흥미롭다.

「역사소설과 역사적 시간의 재구성」에서는 최근 다양한 형태로 발표되고 있는 역사소설을 비판적으로 점검한다. 이 글에서 저자는 역사소설을 크게 ‘수집가의 역사소설’, ‘가위와 풀의 역사소설’, ‘의미화 실천으로서의 역사소설’의 범주로 구분하고 있다. 그가 보기에 최근 다양한 형태로 창작되고 있는 한국 역사소설은 이른바 전(傳) 형식의 역사소설 문법으로 인해 ‘역사적 시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여전히 영웅서사, 탄생과 소멸을 다루는 성장의 서사, 여로형 서사 등과 같은 서사문법에 침윤돼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예로 성석제의 『인간의 힘』과 황석영의 『심청』을 대상으로 삼았다. 『인간의 힘』은 소설가가 지나치게 등장인물에 매혹된 나머지 ‘가위와 풀의 역사소설’에 머물고 말았고, 『심청』은 ‘동아시아’라는 소설의 공간을 병렬적으로 배치하지 못해 역사적 시간을 구체화시키는 데 미흡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역사소설이 ‘과거로서의 역사’에 머무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구체화된 ‘역사적 시간의 재구성’에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 역사는 항상 결과로서 말하는 듯하지만, 작가는 과정을 문제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리얼리즘 소설의 형식 변화와 한국소설의 유쾌함

2부에서는 한국 리얼리즘 문학을 이끌어온 대표작가들의 최근 성취를 다루고 있다. 황석영, 김영현, 공선옥 등 중견작가들의 최근작들을 살펴보며, 저자는 이들이 ‘형식의 변화를 통한 소설의 방향 전환’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중이라고 평하고 있다. 제3부는 ‘문화와 문학’의 관계를 소설적으로 갈무리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신예작가 심윤경부터 이제는 ‘뜬 작가’가 된 김영하까지, 젊은 작가들의 발랄한 상상력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들 작품을 분석하면서 최근 한국 소설이 유쾌함을 하나의 문학적 무기로 벼려내고 있다고 짚는다.

제4부는 비평에 대한 비평, ‘메타비평’을 논하는 글들로 엮였다. 「문학사의 뒤안길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 ‘친일문인 문학상’」에서는 엄밀한 실증적 자료조사로 ‘친일문인을 기리는 문학상’들이 어떤 방식으로 문학사적 평가에 개입해왔는지, 또 그러한 왜곡된 평가가 어떻게 한국문학을 왜곡시키는지 섬세하면서도 논리 정연한 필치로 밝히고 있다. 이 외에도 최원식의 ‘회통론(會通論)’, 방민호의 ‘문명비평론’을 점검하면서 문학제도와 문학담론을 논한다.


저자는 문학비평이 ‘한때의 진보에 안주하는 퇴행적 문학에 저항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끊임없이 비평정신을 가다듬어 한국문학을 항해하는 젊은 평론가의 모험이 튼실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오창은은 1970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돼 평론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저서로 『탈식민의 텍스트, 해방과 저항의 담론』, 『한국문학권력의 계보』 등이 있고, 「1960년대 소설의 4․19혁명 관련 양상 연구」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무크지 『모색』 편집위원이다. e-mail__longcau@hanmail.net

 

 

 오창은 첫 평론집 ‘비평의 모험’ ―― 조장래 기자, 경향신문(2005. 07. 18.)

평론가 오창은씨(35)가 첫 평론집 ‘비평의 모험’(실천문학사)을 냈다. 그의 문장은 설익지도, 끓어 넘치지도 않는다. 평론의 문장이 이토록 단아하고 정갈할 수 있다면 읽어내는 쪽에서는 이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다. ‘억지스러움’을 거세한 그의 글에는 텍스트를 향한 치열함이 담겨 있다. 단순히 텍스트의 암호를 해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큰 그림을 담아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심윤경의 것이든, 박민규의 것이든 그가 시료로 채취해간 작품들은 새롭게 재배열된다. 그것은 개성 없는 민얼굴에 윤곽을 입히는 ‘화장술’이기도 하고, 여기 저기 흩어진 소설 속 인물들의 말과 행동, 사건을 한 의미로 꿰는 정교한 ‘손기술’이기도 하다.

텍스트의 시공간을 자유로이 누리는 오씨의 ‘문학지도 그리기’는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가 한국문학의 문제점을 성찰한 것이라면, 2부는 시대의 아픔을 정면 돌파하려고 하는 용기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다뤘다. 3부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젊은 작가들에 초점을 맞췄고, 4부는 메타비평을 통해 문학제도와 문학담론을 점검하고 있다.


그는 각고의 순간들을 견딘 끝에 얻은 깨달음을 책머리에서 고백한다. “비평가가 대면하는 수많은 텍스트들은 결국 비평가에게로 돌아와 그를 살찌운다.” 이 책은 제목이 함축하는 바가 크다. 모험이란 말은 일체의 규범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도를 견인해내겠다는 당찬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은 “끊임없이 문학의 가치에 대해 회의함으로써 문학의 가치를 옹호하겠다”는 열망과 맞닿아 있다.

-- 경향신문. 조장래 기자. 200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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