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교양선/일반

리얼리즘의 시정신 (2010)

실천문학 2013. 8. 2. 11:36

 

 

 

 

 

       

 

 

 

 


최두석 평론집 『리얼리즘의 시정신』이 18년 만에 재간행되었다. 1980년대 말, 시에서의 ‘리얼리즘 논쟁’을 촉발하며 리얼리즘시론을 선도했던 저자의 첫 평론집인 만큼 개정판 출간의 의미도 깊다. 1992년 초판 출간 당시 이 책이 시문학에서의 리얼리즘 논쟁을 정리하는 정본이었다면 개정판은 “현대시문학사의 흐름을 실감하는 징검다리”로 자리매김이 가능할 듯하다. 문단 활동 이력 20년의 저자가 시적 창작경험에 바탕한 통찰로 사변적 비평을 뛰어넘어 펼쳐 보이는 ‘리얼리즘시론’은, 시대성(현대성)과 시정신(현실성)의 상관관계를 적실히 보여준다. 특히 이번 개정판에는 리얼리즘의 성취를 탐구한 두 편의 글 「광주항쟁과 시」, 「농민시와 리얼리즘의 성취」가 각각 1부와 3부에 추가 수록되었다.


문제는 다시 리얼리즘이다!
_한국현대시문학으로 살펴보는 리얼리즘의 유효성

문학시장 판 자체가 위축되었다고들 한다.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의 규모는 물론, 지속되는 기간도 축소된 것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특히 ‘시’ 문학은 그 정도가 심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문학이 ‘민중’과 함께 독재와 유신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했다면 1990년대의 문학은 개인을 호명한 시대였다. ‘골방문학’이라 불린 1990년대의 개인적 미시적 문학 경향은 결국 오늘날 문학시장의 위축을 예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의 시대성(현실성)은 문학하는 자에게 현실과 문학의 관계를, 문학의 미적 갱신이 어디에서 연유되어야 하는가를 묻는다. 용산참사, 4대강 사업 등 일련의 사회적 이슈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문학적 저항을 모색하는 작가선언6.9 모임이 대표적인 예이다. 시문학은 미학의 이름으로 폐기처분한 공동체의 가치들을 다시 호명하며 서서히 변화의 조짐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리얼리즘의 시정신』을 개정판으로 다시 내는 이유이다.

현대성과 현실성의 변증법은 우리의 현대시문학사의 과제이면서 동력으로 작용하여왔으니 어느 시대이건 리얼리즘의 시정신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아울러 세월의 흐름과 관련하여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기대해본다. 글의 집필 시기가 1980~1990년대에 걸쳐 있고 일제 강점기의 시인들도 중요하게 등장하고 있으니 2010년대에 살면서 한국현대시문학사의 흐름을 실감하는 데 일종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_「다시 책머리에」에서

저자는 창작태도와 비견되는 시정신으로까지 리얼리즘 문제를 확장시켜 리얼리즘시론을 펼친다. 또한 “생각, 사건, 감정, 이미지가 변증법적으로 종합-통일되는 자리에 리얼리즘시”를 위치시킴으로서 시정신의 문제를 현실에 기반하도록 했다. 아울러 “진보주의와 비관주의를 끌어안고 극복해내야 하는 역동적인 것”으로 간취하며 하나의 세계관으로까지 발전시킨다.
『리얼리즘의 시정신』에 담긴 비평의 칼날은 20여 년이 흐른 2010년, 여전히 날카롭고 예리하다. 인용된 시편들도, 그 시들을 꼼꼼히 분석하여 비평한 저자의 글도 유효하다. 해체와 키치를 거쳐 미래파로 이어져온 ‘새것’ 콤플렉스의 시단에 저자의 일성 “현대성도 제대로 추구하자면 현실성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가 그 ‘유효’의 근거일 듯싶다. 현대성에만 골몰하여 현실성은 결핍된 채로 양적 포화 상태에 이른 오늘날의 시 풍토가 “리얼리즘의 시정신”이 다시 소환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뒷표지글

이 책을 다시 세상에 내놓기로 한 것은 이 책에서 거론한 여러 시인들의 말 없는 격려와 부추김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시가 발산하는 빛을 외면할 수 없어 내 나름의 진정으로 만났기에 그 만남의 기록을 절판된 책으로 도서관의 서고에 묻어두는 것이 안타깝고 미안하였다.
무려 18년 만에 개정판을 내는 마당이니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사회적 상황의 변화에 따라 급격히 변모한 시적 풍토의 문제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 집중적으로 탐구한 과제가 시에서의 현실성 실현 문제라면 요즘은 너무나 편향적으로 현대성에 골몰하고 있는 형국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나로서는 ‘현대성도 제대로 추구하자면 현실성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현대성과 격리된 상태로는 현실성도 제대로 발현될 수 없다’일 것이다. 이러한 현대성과 현실성의 변증법은 우리의 현대시문학사의 과제이면서 동력으로 작용하여왔으니 어느 시대이건 리얼리즘의 시정신을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
_「다시 책머리에」중에서


 

최두석은 1955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어교육과와 국문과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현재 한신대 문예창작학과에 재직하고 있다. 시집으로 『대꽃』, 『임진강』, 『성에꽃』, 『사람들 사이에 꽃이 필 때』, 『꽃에게 길을 묻는다』, 『투구꽃』 등이 있고, 평론집으로 『시와 리얼리즘』을 간행하였다. 2010년 제3회 오장환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책머리에
다시 책머리에

1부 시와 리얼리즘에 대하여
이야기시론
시와 리얼리즘
리얼리즘의 시정신
리얼리즘시론
광주항쟁과 시

2부 민족현실의 시적 탐구
정지용의 시세계
백석의 시세계와 창작방법
민족현실의 시적 탐구―이용악론
오장환의 시적 편력과 진보주의
임화의 시세계
김상훈론
단편서사시론에 대하여

3부 창작적 실천과 민중시
민중시의 확충과 전통계승
대중성과 연애시
시쓰기의 두 가지 태도
자아, 현실, 회상
실천적 삶과 풍자
삶에 뿌리박은 시
농민시의 한 양상
농민시와 리얼리즘의 성취

4부 문학교육에 대하여
문학교육과 이데올로기
교육운동과 민족문학